[나는 돈이다]'마음'과 '출혈' 사이 부조금 경제학
3·5·10은 되고 4·6·8은 안된다는데…축의금은 왜 홀수로 내야할까
※이 기사는 돈을 '쩐의 전설'이라는 이름으로 의인화해서 1인칭 시점으로 작성했습니다.
[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3만원을 하자니 없어 보이고 5만원을 하자니 별로 안 친해서…"
이게 뭘 얘기하는 걸까? 힌트. ①빚인지 선물인지 가끔 헷갈린다 ②더하고 뺌 없이 그 액수 그대로 돌려주는 게 예의다. ③3-5-7만원 처럼 홀수로 내는 게 관례다. ④촌지, 떡값으로 비춰질 소지도 있다. 이제 알겠다고? 맞아, 축의금이야. 결혼식에 갈 때 제일 고민되는 게 사실 이거잖아. 적정한 축의금의 액수지. 자, 그래서 오늘은 축의금에서 조의금까지 부조금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게.
◆축의금 5만원이냐 10만원이냐 = 적정한 축의금의 액수가 궁금하다고? 우스갯소리 같지만 예전에 개그콘서트 한 프로에서 정해준 걸 한 번 볼까?
"친구 결혼식의 축의금 5만 원과 10만 원의 기준을 딱 알려드립니다. 친구 부모가 내 이름을 알면 10만 원이고 모르면 5만 원을 넣어도 됩니다. 친구 부모님이 내 이름을 알고 있는지 애매한 경우는 봉투에 5만 원을 넣고 부모님께 인사할 때 내 이름을 부르면 5만 원을 더 넣으면 됩니다."
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남자(애정남) 코너에 나오는 축의금 액수 선정 기준이야. 부모가 내 이름을 알 정도로 친해야 5만원을 낸다는 거지. 웃자고 한 소리 같지만 일견 고개가 끄덕여지는 얘기지.
사실 적정수준이란 게 사람마다 다르지. 그렇다면 다른 사람들이 내는 평균을 한번 볼까? 작년에 결혼정보회사 가연이 미혼남녀 442명을 대상으로 '결혼식 축의금 적정 금액' 설문조사를 했어. 그 중 5만원이 39.4%로 가장 높았지. 3만원은 32.9%, 10만원은 12.5%, 10만원 이상이 7.9%. 일반적으로 1인 하객 식비가 1만5000원~3만원선에서 정해진다는 걸 감안하면 여기에 축하명목으로 돈을 더하면 5~10만원이 적절하다고들 하지.
◆경제 팍팍해지니 부조금 봉투도 얇아져 = 사실 부조금을 내는 건 결혼식이나 장례식이 제일 많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지. 생일, 회갑, 입학, 승진, 개업, 이사, 돌잔치 기타 등등까지 다 포함하면 사회생활하면서 정말이지 부조금을 내야할 순간은 많지. 그런데 가끔 부조가 빚인지 선물인지 헛갈리는 이유는 왜일까?
부조금이란 말 자체가 상부상조에서 유래한 말이니까 그래. 지연이나 혈연 통해서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품앗이의 기능을 하는 거지. 품앗이가 일손 돕는거라면 부조금은 금전적 도움을 뜻하는 거지. 어떻게 보면 결혼같은 인륜지대사나 장례같은 큰 슬픔이 생기면 갑자기 목돈이 필요하잖아. 이럴 때 돕는 보험의 원시적 현태의 측면인 게 있지. 그렇게 생각한다면 더더욱 내가 받았으면 상대방한테 똑같이 갚아야 한다는 사회적인, 암묵적인 합의가 있는 거야.
그런데 최근엔 경조사비 봉투가 얇아지고 있다네. 지난 6월에 나온 통계청 자료를 보면 말야. 경조사비가 주요 구성항목인 '1분기 가구 간 이전지출' 작년 4분기보다 0.3% 줄었대. 작년 4분기에도 5.8%나 감소했었다네. 올 1분기 사망자수랑 결혼 건수가 15만9000건으로 작년(14만7871건)보다 늘었는데도 총액은 줄은거지. 그만큼 경조사비를 내는데 사람들이 인색하게 됐다는 거고 서로 각박해지고 있다는 얘기도 돼.
◆결혼 축의금은 왜 홀수로 내나? = 다시 결혼식으로 돌아가서 축의금은 반드시 3-5-7-9 '홀수'로 내야 한다는 얘기도 있지. 왜 그럴까? 이창일 한국학중앙연구원 고전학연구소 전임연구원이 낸 책 '정말 궁금한 우리 예절 53가지'란 책에 보니 음양오행 이론에서 온 것이라고 하네.
음양오행이론에 따르면 홀수는 양이고 짝수는 음이래. 음은 부정적인 것들(어둠, 흉)의 대표고 양은 긍정적인 것(빛, 길)을 대표하지. 그래서 당연히 기쁨이 넘치고 사람이 넘치고 돈과 재물이 곳간에서 풀리어 쏟아지는 축제인 결혼식에는 길한 기운을 가진 홀수로 축의금을 내야 한다는 거야. 이런 예법이 조금 더 엄격한 일본은 축의금 액수가 어쩔수 없이 짝수면 봉투에 넣는 지폐의 수라도 홀수로 해서 낸다고 해. 예컨대 2만엔을 축의금으로 낸다면 1만엔 한장과 5000엔 두장해서 석장으로 홀수를 맞추는 거지.
홀수를 '양'의 기운을 가진 것으로 보는 문화는 우리 명절에서도 보이는 거야. 조금 더 찾아보니까 명절 날짜만 봐도 그래. 설날은 1월1일, 삼짇날은 3월3일, 단오는 5월5일 칠석은 7월7일 중양절은 9월9일이잖아. 양이 길하다는 증거를 명절 날짜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거지. 자 그럼 10만원, 30만원, 50만원 내면 안되는 건가? 그건 또 아니래 10이 홀수인 3가 7을 합친 돈이라서 10만원은 길한 홀수로 친다네.
◆너무 많아지면 촌지? 떡값? 부조금 비리의 세계 = 고위공직자나 정치인의 경우 부조금이 뇌물처럼 쓰이는 경우도 많아서 문제가 돼. 전두환 전 대통령의 둘째 아들인 전재용씨는 1987년 결혼 당시 하객 1인당 수천만 원에서 1억 원씩의 축의금을 받아서 문제가 됐지. 이건 거의 '뇌물' 수준이잖아. 조현오 전 경찰청장도 2007년 모친상을 당했을 때 한사람한테 부조금 1억7400만원을 받은게 알려지면서 홍역을 치렀어. 조 전 청장은 이 부조금을 금융자산에 투자했다고 알려졌었지. 북한에서도 고위 공무원에게 천문학적인 부조금을 내서 충성경쟁을 벌이는 경우가 많다지. 다른사람의 경조사를 함께 기뻐하고 슬퍼하기 위해 만든 '부조금 문화'가 바로 세워지려면 이런 떡값이나 뇌물 관행부터 얼른 없어져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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