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타타] 건물마다 대형 태극기…애국 마케팅의 빛과 그림자
'타타타'는 대중가요 제목으로 잘 알려졌지만 산스크리트어로 '그래 그거야'라는 뜻이 담겨져 있습니다. 정치, 경제, 사회 등 다방면의 이슈를 날선 시각으로 해부한 온라인칼럼 '타타타'를 선보입니다.
우리나라의 국기인 태극기는 1882년 박영효가 미국과 조약을 체결할 때 처음 사용했다고 합니다. 태극기를 만든 이는 박영효가 아니라 역관인 이응준이라는 설이 있지만 여하튼 이듬해부터 태극기는 조선의 정식 국기가 됐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 130년 이상 태극기는 우리나라의 상징이었고 특히나 35년의 일제 강점기 동안 태극기는 억압 속에서도 꺾이지 않았던 독립 의지의 표상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광복절 즈음이 되면 태극기 사랑을 강조하는 뉴스도 많이 나옵니다. 태극과 팔괘를 사용해 만든 태극기를 제대로 그릴 줄 아는 학생이 몇 안 된다는 내용이나 고급 아파트 단지에서 국경일에 태극기를 다는 집이 별로 없다는 보도에 혀를 끌끌 차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광복 70주년을 맞아 거리 곳곳에서 원 없이 태극기를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서울 도심 건물마다 대기업과 금융사들이 내건 대형 태극기들의 물결은 자못 장관을 이룹니다.
우리에게 너무 의미 있는 날인 광복 70주년에 태극기를 내 건 것을 가지고 뭐라고 얘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일제히 대기업들이 태극기 마케팅에 나선 것을 두고 불편한 시선도 적지 않은 듯합니다. 최근 나빠진 기업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태극기를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고 형식적인 애국 마케팅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특히나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일본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덧씌워진 롯데그룹이나 이번 광복절 특사에 그룹 총수의 특별사면이 거론되는 기업들을 바라보는 눈초리에는 이런 의혹들이 상당 부분 섞여 있습니다. 기업들의 입장에서도 억울할 수 있습니다. 진작 순수한 의도로 준비를 해왔을 수도 있고 형식적인 것 말고 보다 광복 70주년의 의미에 걸맞은 사회공헌 활동을 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어떤 형태든 정부의 눈치를 보며 하는 것은 태극기의 본디 의미와 가치에 반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복수의 기업관계자들은 대형 태극기 걸개에 대해 정부의 비공식적인 요청을 받은 것으로 안다고 했습니다. 또 요청 여부와 관계없이 정부 눈치를 본 것은 사실일 것이라 합니다. 일례로 한 기업의 고위 관계자는 최근에 물의를 일으키지도 않았고 정부 눈치를 볼 사업도 없어 태극기의 크기는 고려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적당한 크기로 걸고 체면치레를 하고 넘어 갔다고 했습니다. 반면 이래저래 눈치를 봐야했던 기업이 내 건 태극기가 월등히 크다는 점은 우연만은 아닐 겁니다.
우리의 국기조차 마음대로 소지할 수 없고 그릴 수 없었던 시기를 거쳐 온 태극기에는 본래 문양의 의미 말고도 자유라는 숭고한 가치가 배어 있습니다. 과열된 태극기 마케팅의 속사정이 씁쓸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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