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임과 부실 사이…국책은행 구조조정 딜레마
[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KDB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이 대우조선해양 등 부실기업의 구조조정을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 두 국책은행이 부실 징후 포착시 바로 대출을 회수하는 시중은행처럼 부실 전이를 막기 위한 꼬리자르기에 나서지 않아 결국 국민의 부담을 키웠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국책은행이라는 특수성을 무시한 채 부실기업의 여신을 모두 끊고 구조조정에 나서기도 어렵다. '배임'과 '부실' 사이에서 국책은행의 고민이 깊어가고 있다.
11일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박원석(정의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두 국책은행에서 대출받은 기업 중 법정관리로 간 업체는 최근 5년간 333곳이다. 이들 기업에 대한 두 국책은행의 여신 규모는 5조4693억원에 달한다. 통상 법정관리 기업 채권의 30% 정도를 회수 가능으로 분류한다는 점에서 두 은행이 보유한 법정관리 기업 채권 중 회수 가능한 금액은 1조6400억여원으로 추산된다. 이렇게 되면 회수 불가능한 3조8200억여원은 국내 경제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국책은행이라 특수성에 (우리가)일정 부분 감수할 몫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부실기업을 떠맡으면서 우리 부실도 같이 커질 수 있다"며 걱정했다. 실제 2000년 후 시중은행들을 웃돌던 두 은행 건전성의 척도인 BIS비율(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2013년 이후 시중 은행보다 낮아졌다. 수은의 BIS 비율은 지난 3월 말 기준 10.38%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저다. 산은의 BIS 비율은 14.40%(5월말 기준)로 양호한 편이지만 작년 14.67%보다는 떨어졌다.
이같은 상황에서 터진 한화오션 한화오션 close 증권정보 042660 KOSPI 현재가 131,800 전일대비 500 등락률 -0.38% 거래량 1,169,530 전일가 132,300 2026.04.30 15:30 기준 관련기사 "한화오션, 실적 전망치·목표가 상향…상선 사업부 수익↑"[클릭 e종목] 개별종목은 물론 ETF 거래까지 가능한 연 5%대 금리 주식자금 출시 [클릭 e종목]"한화오션, 상선 마진 18% 달성...투자의견 매수" 사태는 두 은행의 아킬레스건이 되고 있다. 대우조선의 최대주주인 산은은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해야 하고 최대여신을 제공한 수은도 선수금환급보증(RG)을 함께 책임져야 할 처지가 됐다. 두 국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을 살리기 위해 대규모 자금을 출현하고 이에 따른 부실화 가능성이 커지게 되면 결국에는 정부가 혈세를 투입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펼쳐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회생 기미가 없는 회사에 또 돈을 쏟아 부실만 키웠다는 비난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두 국책은행에서만 부실 책임을 찾기 보다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채권단과 기업이 맺는 약정(MOU) 내용과 기본적인 이행 실적을 공개토록 하는 식으로 투명성을 높여 기업 구조조정 절차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건전성 관리를 이유로 시중은행들이 시장 원리에 따라 기업 구조조정에서 발을 빼고 나면 산은과 수은은 국민경제의 기반이 되는 기업을 포기할 수 없다는 명분에 따라 이를 도맡아 처리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 추가 지원을 막기보다는 구조조정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는 게 더 효율적이라는 이유에서다.
국책은행이 부실기업 처리과정에서 정부나 정치권의 눈치를 보기보다는 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국책은행이라는 이유로 정부 핑계를 대면서 부실기업 처리시 엉거주춤한 모습을 보이는 경우도 많다"며 "은행 경영과 내부통제 시스템에 따라 제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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