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달만에 수탁고 4배, 이름 잘 바꾸면 '돈 되네'…개명 후 쪽박 차는 펀드도 수두룩
자산운용업계에서 펀드 개명은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운용사들은 수익률이 좋더라도 유명하지 않아 수탁고가 낮을 경우 이름을 바꾼다. 반대로 수익률이 나쁠 경우 펀드 개명을 통해 반전을 꾀한다.
운용사들이 펀드명을 바꾸는 가장 큰 이유는 수탁고 증대다. KDB자산운용이 지난달 '산은2020' 펀드를 'KDB코리아베스트알토란' 펀드로 바꾼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이 펀드의 연초 대비 지난 23일 현재 수익률은 27.02%로 코스피 상승률(7.19%)을 20%포인트 가까이 상회한다. 성과는 우수하지만 수탁고가 불어나지 않는다는 게 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수익률 부진, 수탁고 감소 등 이중고에 시달리는 펀드를 대대적으로 리모델링하는 경우도 있다. 펀드명을 바꾼 후 운용역 교체, 운용전략 변경 등의 메스를 대면서 효과를 볼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개명 후 운용사의 속을 썩이는 골칫덩어리 펀드도 적지 않다. 삼성자산운용의 '삼성코리아대표' 펀드가 대표적이다. 2013년 7월 개명한 이 펀드는 설정액이 1조5103억원에서 현재 5766억원으로 2년 만에 1조원 가까이 급감했다. 연초후 수익률은 7%로 코스피 상승률에 못 미친다. 1년, 2년 수익률도 각각 -1.36%, -0.05%로 모두 마이너스다.
'이스트스프링퇴직연금업종일등40' 펀드는 지난 6월 개명 후 설정액이 한 달 만에 100억원이 빠져나갔다. '알리안츠액티브SRI자[주식](운용)'은 지난 4월 개명 후 104억원이 유출됐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펀드 이름만 보지 말고 운용사의 전략이나 운용역 풀 등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펀드 개명은 운용사가 무작정 새 펀드를 출시하기보다는 기존 펀드명을 변경하고 운용 시스템을 강화해 펀드를 살리려고 하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며 "다만 펀드 개명이 반드시 성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 만큼 투자자들은 기존 수익률, 운용전략 등을 꼼꼼히 따져보고 펀드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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