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악 복지모델인 그리스로 가고 있다"
[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스웨덴이 될 것이냐, 그리스가 될 것이냐.'
우리나라가 복지 증가에도 불구 복지양극화로 인해 복지의 수요창출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 남부유럽형 복지국가 모델로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21일 '동아시아재단 정책논쟁' 기고에서 "한국은 복지비 지출이 너무 낮아 내수 촉진과 경제안정화에 기여하지 못하고 수출주도 경제에 필요한 유연한 노동시장 구축에도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며 "더욱이 노동시장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는 정규직근로자는 상당한 복지 혜택을 받지만 비정규직 등 노동시장 외부자는 복지혜택에서 소외되는 복지 양극화가 심각한 상태"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국민에게 지급되는 복지비는 장롱 속에 숨겨지거나 은행에 저축되는 것이 아니라 물건을 사거나 서비스를 구매해 소비된다"며 "복지비 지출은 경제적 수요를 유지시켜줌으로써 경제순환에 기여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복지비로 국내총생산(GDP)의 30~40%를 지출하는 서구의 복지국가들이 경기침체의 충격을 비교적 덜 받는 것도 대규모의 복지비 지출이 수요유지 기능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한국 사회는 일부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과도한 복지비 지출이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복지비가 너무 적어 내수 진작과 수요유지 기능을 제대로 못하는 것이 문제"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는 낮은 복지비 지출 때문에 복지의 소득재분배 효과가 극히 미미하다"면서 "노동시장의 양극화와 이로 인한 임금불평등이 선진국 최고 수준으로 확대되고 있는 한국의 상황에서 2차적 소득분배를 가져오는 복지마저 부실하면 한국 사회는 남미 못지않은 불평등국가로 전락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한국사회가 주목해야 될 또 다른 기능은 복지제도가 노동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노동시장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우리나라는 수출입의존도가 세계 최고수준인 개방경제인데, 변동이 극심한 세계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산업구조조정과 유연한 노동재배치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동의 원활한 재배치는 새로운 직장적응에 필요한 기술의 훈련, 그리고 노동시장에서 이탈한 기간 중에 가족과 노동자 본인의 생활이 보장돼야 가능하다"며 "의료, 교육, 직업훈련, 실업보장 등 복지제도가 제대로 갖춰져야 가능하다는 것은 소규모 개방경제를 훌륭히 유지하고 있는 스웨덴 등 북유럽복지국가에서 역사적으로 증명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 사회는 노동시장 유연성이 필요하지만 복지제도의 부실로 노동자들은 노동시장 유연화에 극단적으로 저항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며 "복지제도의 부실이 한국이 개방경제의 장점을 유지하면서 한국 사회를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토대를 막아 놓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복지수혜의 양극화'라는 복지국가에게는 가장 치명적인 또 다른 약점에도 노출돼 있다'면서 "복지국가 중 복지가 경제에도 기여하지 못하고, 불평등 완화나 출산율 제고 등의 사회적 기능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대표적인 모형이 그리스, 스페인 등이 속한 남부유럽형 복지국가"라고 설명했다.
이들 국가는 노동시장에 핵심부분에 있는 공무원, 교사, 핵심산업 노동자는 고임금과 고복지의 혜택을 누리는 반면 노동시장 주변부에 있는 사람들은 낮은 수준의 복지 혹은 복지혜택이 전혀 주어지지 않아 '복지의 양극화'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그는 "불행하게도 한국 사회의 복지도 이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정규직의 경우 양호한 임금과 4대 사회보험 적용 등 임금과 복지 양쪽의 혜택을 받지만 비정규직이나 실업자 등 노동시장에서 불리한 위치에 있는 사람은 저임금과 저복지 혹은 무복지로 임금과 복지 양 부분에서 극히 불리한 처우를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는 복지의 부실과 부재가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 가능성을 저해하고 있는 만큼 사회복지는 더 확대되고 내실화 돼야 한다"며 "다만, 복지의 확대가 복지의 양극화를 초래하는 방향이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복지 확대가 복지의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도록 정교한 방향이 설정돼야 한다"며 "복지 확대가 양극화를 조장할 경우 한국은 복지국가로 진입한다 해도 그 복지국가는 결코 좋은 사회체제가 될 수 없다"고 전했다.
남부유럽국가들은 독일이나 스웨덴만큼의 복지비를 지출하고 있지만, 많은 복지비가 일부 계층에 집중돼 불평등구조를 강화하고 있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김 교수는 "노동시장 양극화의 개선과 복지의 양극화를 개선하려는 적극적 노력이 없으면 우리 사회도 한 순간에 남부유럽모형이 고착화될 수도 있다"면서 "당장 눈앞에 닥친 남부유럽모형의 가능성을 피하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우리 사회의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고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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