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최초로 API 오픈플랫폼 구축…1주일새 10개 업체 신청

김용환 농협금융 회장은 지난 4월말 취임 직후부터 핀테크 사업을 강조하고 있다.

김용환 농협금융 회장은 지난 4월말 취임 직후부터 핀테크 사업을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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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 핀테크 업체 A사는 지난주 서울 중구에 위치한 NH농협은행 스마트금융부를 찾았다. A사는 고객의 소셜데이터를 분석해 신용등급을 산출하는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서비스의 성공 여부를 가늠하기 위해서는 실제 은행의 대출 시스템에 적용해 봐야했지만 지금껏 기회가 없었다. A사의 김모 대표는 "농협은행에서 API(Application Program Interface) 오픈플랫폼을 열었다는 얘기를 듣고 기회라고 생각했다"라며 "최종 지원 업체로 선정되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을 찾는 핀테크 업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농협은행이 지난주 선보인 API 오픈플랫폼을 문의하기 위해서다. API 오픈플랫폼이란 인터넷뱅킹, 계좌이체, 거래내역 조회 등 각종 금융 기능을 제3자가 활용할 수 있도록 공개하는 것을 가리킨다. 그동안 시중은행들은 많게는 수백억원을 들여가며 금융 API를 개발했고, 이를 내부적으로만 사용해왔다.

문제는 최근 부각된 핀테크 업체들에게는 API 오픈플랫폼이 절실하다는 점이다. 아무리 획기적인 기술정보(IT) 핀테크 기술을 개발했더라도 실제 금융 서비스에 접목시켜 봐야만 작동 여부나 보완해야 할 점을 알 수 있다. 이때 농협은행이 인력과 비용을 들여 가꿔놓은 금융 API를 외부에 공개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반응은 긍정적이다. 농협은행에 따르면 지난 한 주 동안에만 10개 업체가 농협은행의 오픈플랫폼 지원을 신청했다. 농협은행은 내달까지 신청 접수를 받은 뒤 10개 안팎 업체를 최종 지원 업체로 선정할 예정이다. 이들 업체들과 서비스 개발을 함께 진행해 연말께 외부에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농협은행 스마트금융부 관계자는 "직접 신청한 업체들 외에도 연일 전화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농협은행의 문을 두드린 곳들은 지급결제, 기업자원관리(ERP), 홍체인식, 바이오 업체 등 종류가 다양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은행은 더 많은 핀테크 업체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소프트웨어(SW) 협회 등 핀테크 관련 협단체에게 협조를 구할 방침이다.


특히 농협은행이 업계 최초로 오픈플랫폼을 구축키로 한데는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의 지지가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김 회장은 지난 4월말 취임직후부터 IT 강화에 관심을 기울이며 핀테크 현황 등을 매일 직접 보고받고 있다. 김 회장은 "핀테크 같은 신기술에는 농협이 취약할 것이라고 다들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라며 "현재까지는 어느 은행보다 우리가 (핀테크 분야에서)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 시중은행들 중에서 농협 외에 오픈플랫폼을 운영 중인 곳은 없다. 애써 개발한 금융 기술을 외부에 공짜로 공개한다는데 거부감도 있지만, 혹여나 있을지 모를 외부 해킹 우려도 염려되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은행권에게 공동으로 오픈플랫폼을 구축할 것을 요구해 놓은 상황이다. 핀테크 선진국으로 알려진 영국도 개별 은행별 오픈플랫폼은 있지만, 아직 공동으로 만든 사례는 없다. 공동 오픈플랫폼 구축이 성공하면 핀테크 업체들은 은행별로 한 곳 한 곳 계약할 필요가 없어 비용ㆍ시간 낭비를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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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정부 주도로 오픈플랫폼을 표준화(공동 구축)해 핀테크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공필 금융연구원 상임자문위원은 "금융당국은 가이드라인을 운영하고 표준 API를 제정해 민간의 개발 유인을 높여야 한다"라며 "특히 지급결제 서비스의 핵심을 맡는 한국은행과 금융결제원은 API를 표준화해 글로벌 오픈 플랫폼 구축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금융 API 오픈플랫폼이란? 핀테크 업체들이 서비스 개발에 필요한 결제ㆍ송금 등 각종 금융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해 놓은 시스템이다. 예를 들어 지급결제 서비스를 만드는 핀테크 업체는 은행의 전자화폐, 가상계좌 API를 활용해 지급결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이승종 기자 hanar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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