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쥬라기 금융'…첨단·글로벌 정글서 死活

이제는 메가뱅크 시대 ①벼랑 끝 생존 게임 시작
하나·외환銀 통합, 은행권 1위로…PB·외환 강점 시너지
NH농협금융 부상·우리은행 민영화 시장 혁신 자극

[아시아경제 조은임 기자]하나·외환의 통합으로 자산 290조원의 메가뱅크가 등장하면서 은행권에 지각변동이 시작됐다. 하나ㆍ외환은행이 9월1일 합병하면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을 제치고 단숨에 은행권 1위(총자산 기준)로 올라선다. 선두권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판세의 변화도 불가피해졌다. 초저금리 시대에 접어들면서 예대마진에 기댈 수 없는 상황에서 수익성을 늘리기 위한 조직의 혁신과 변화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메가뱅크 시대, 생존을 위한 은행들의 패권다툼이 거세지고 있다.

하나·외환은행은 그간 5대 은행에 포함은 됐었지만 '3강'을 구축하고 있던 국민ㆍ신한·우리은행과는 '수치'에서 크게 밀렸다. 하나·외환은행의 총자산은 각각 171조3114억원, 118조6701억원으로 1위인 국민은행(282조1298억원)과는 100조 넘게 차이났다. 점포수도 945개로 늘어나면서 국민은행(1148개), 우리은행(974개)에 이어 3위로 껑충 뛰어오르게 된다. 두 은행은 통합으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게 되는 것이다.

통합은행이 목표로 하는 사업모델도 은행권에는 자극가 될 예정이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은 각각 프라이빗뱅킹(PB)와 기업여신ㆍ외환금융에 강하다. 전혀 다른 색을 가진 두 은행이 합해져 시너지를 낼 경우 타 은행과 차별화된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도 이러한 뜻을 담아 '일류화'를 통합은행의 목표로 내놨다. 그는 아시아경제와의 전화통화에서 "통합은행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1등이 아닌 '일류화'"라며 "차별화된 서비스를 통해 '일류'로 도약하고 조직 구성원들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글로벌'도 통합은행이 추구하는 또다른 사업모델 중 하나다. 외환은행은 외국환 특수은행으로 출발한 만큼 이미 광범위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있고, 하나은행도 인도네시아와 중국에서 시장을 개척하고 있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다. 두 은행이 확보한 글로벌 네트워크는 24개국 127곳에 달한다. 김 회장은 "한국내에서 가장 글로벌화된 은행을 만드는 것도 통합은행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금융권에서는 통합은행 등장에 앞서 몇 해전부터 급부상하고 있는 NH농협금융지주도 경쟁대상으로 떠올랐다. 농협금융지주는 지난해 우리투자증권 인수를 성공한 후 4대 금융지주에 이름을 올렸다. 전국 곳곳에 1173개의 영업망을 갖춘 농협은행, 빅3인 농협생명 등 계열사 구성도 탄탄하다. 금융지주사의 부사장은 "농협금융은 그동안 협동조합의 이미지가 강해 은행권에서는 경쟁자로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들어 은행 예수금 성장폭도 상당하고, 복합점포, 핀테크 등 신시장에서도 상당히 앞서나간다는 느낌을 받아 관심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 민영화도 통합은행과 더불어 은행권의 경쟁을 심화시킬 요인이 될 수 있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이달 중 우리은행 민영화 방안을 도출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지지부진했던 민영화가 속도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