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사람들 70가지 이야기가 비춘 한국 현대사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전쟁 중이던 1951년. 십대 초반이던 소녀 박영자씨는 생계를 위해 덕수궁 앞에서 만국기를 팔았다. 그는 당시 펄럭이는 만국기를 뒤로 한 채 카메라를 응시하는 자신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지금껏 간직하고 있다. 이 사진은 어느 날 그곳을 지나던 미국인 종국기자 존 리치가 찍어 건네 준 것이었다.
문드러지고, 빛바랜 구두닦이 통. 일생을 철도청 공무원으로 일해 온 황인덕씨가 평생 귀하게 간직해 오다가 최근 박물관에 기증한 물건이다. 어린 시절 소년가장이었던 그는 1951년부터 3년 넘게 구두닦이로 일한 적이 있다. 볼품없어 보이는 구두닦이 나무통은 그의 가난한 시절을 대변해준다.
광복 70년. 그 세월 동안 보통사람들의 인생 이야기로 한국현대사를 돌아보는 특별전이 7일 개최한다. 오는 9월 29일까지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대한민국역사박물관 1층 기획전시실에서다. 우리 주변 평범한 사람들의 구술인터뷰 영상과 자료 300여점이 모인 '70년의 세월, 70가지 이야기' 전이다. 전시는 1945년 광복으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시대별 세 파트로 구성된다.
1부 '귀국선과 피난열차'에선 1945년 광복 이후부터 1950년대 중반까지의 시기를 살아온 사람들의 삶을 보여준다. 광복을 맞이한 사람들의 모습, 해외에 있던 사람들의 귀국과 그 후의 삶, 전쟁 경험, 전쟁으로 상처받은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했던 대중문화 종사자들의 활동이 다뤄진다. 여기엔 한 교육자가 광복 전 만든 태극기, 6·25 전쟁기를 기록한 역사학자의 일기, 전후 흥겨운 곡조로 인기를 끌었던 가수 금사향의 '홍콩아가씨' 음반도 전시된다.
'일터에서 거리에서'를 주제로 한 2부에선 급속한 경제개발과 사회변화가 진행된 195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의 모습을 담고 있다. 가난하던 시절 아이들을 키우고 교육시킨 어머니와 교사들, 국토 개발 등 변화를 몸소 겪으며 살아간 사람들의 삶, 끊임없는 노력과 열정으로 꿈을 실현한 사람들의 삶을 볼 수 있다. 육남매를 키워낸 어머니의 밥주걱, 경부고속도로 건설 현장 사진을 찍은 한 토목공학자의 사진기, 민주화 시위에 참여한 당일 쓴 한 고등학생의 일기 등이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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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인생극장: 우리 시대 사람들, 그리고...'는 1990년대 말부터 현재까지 우리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다. 외환위기를 겪고 그것을 극복한 사람들, 첨단기술 개발과정을 주도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외환위기로 은행에서 명예퇴직한 사람의 은행 재직 시절 주판과 도장, 한 엔지니어가 입사 후 처음 개발한 휴대폰, 북한을 떠나 남쪽으로 온 인물의 가족사진 등이 비치된다.
김왕식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관장은 "광복 이후 지난 70년의 역사는 우리 주변의 평범한 사람들을 포함한 모두가 함께 만들어 온 것"이라며 "이 전시를 통해 그와 같은 인생의 과정들, 작지만 귀중한 이야기들을 접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문의 02-3703-9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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