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풍 20년’ 붕괴 사고는 오히려 더 늘어나…“구조안전 검토 엉터리”
[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최근 몇 년새 구조물 붕괴 사고가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이후 20년이 흘렀지만 안전 의식과 제도는 제자리걸음이거나 오히려 뒷걸음질 치고 있다는 방증이다.
29일 국민안전처의 재난연감을 보면, 2010년 261건이던 붕괴 사고 발생은 2011년 369건, 2012년 402건, 2013년 401건으로 증가했다. 2010년 168명이던 붕괴 사고 인명 피해는 2013년 249명으로 50%가량 크게 늘었다.
지난해 역시 사망 10명, 부상 200여명의 피해를 낸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와 16명의 목숨을 앗아간 판교 환풍구 붕괴 등 대형 사고가 일어난 것을 감안하면 인명 피해 규모는 계속 증가 추세인 것으로 볼 수 있다. 각종 재난 중 빈도로 보면 도로교통사고와 화재에 이어 붕괴 사고가 많은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2013년 기준 붕괴 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한 곳은 서울로 183건에 이르렀다. 경기 지역은 130건으로 뒤를 이었지만 인명 피해 규모는 전체 249명 중 130명으로 절반을 넘을 정도였다.
장소별로 보면 공사장이 122건으로 가장 많고 주거용 건물(85건), 다중이용시설(39건), 공장(25건), 도로(22건), 초고층 및 복합(20건) 등으로 나타났다.
붕괴 사고의 원인은 시공 부실이 255건으로 압도적으로 많았고 시설관리 부실이 66건을 기록했다.
경주 마우나리조트 체육관 붕괴는 무단 설계 변경과 구조안전 확인 부실, 시공 및 감리 부실, 유지관리 부실 등이 망라된 인재(人災 )의 전형을 보여준 바 있다.
전문가들은 삼풍 사고 당시의 문제점들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고 입을 모은다. 시설물 안전진단 전문업체인 시설안전미더의 박홍신 대표는 지난달 열린 건설산업비전포럼 주최 토론회에서 “삼풍 건축주가 일방적으로 건축을 기획하고 변칙 허가를 받은 것과 마찬가지로 지금도 건축주가 기획 관리하며 제도적으로 전문가에게 의뢰해야할 의무도 없다”고 지적했다.
구조 안전에 대한 전문적인 검토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실시한 부실 설계 모니터링 결과, 202건 중 3차에 걸친 구조 도면 제출 보완 후 최종적으로 30건(15%)이 부적합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내진 설계와 구조 안전 확인 대상이었다.
박 대표는 “엉터리 구조안전성 검토가 만연해 있다”며 “공무원들도 전문성 부족 등으로 구조안전 확인서의 부실을 적발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정란 단국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건축법상 건축사만 설계를 할 수 있고 구조안전기술사는 설계는 물론 감리도 못하고 뒷전에 있다”면서 “구조 엔지니어가 하청을 받아서 일을 하기 때문에 독립적으로 소신있게 일을 하기도 어렵다. 삼풍 때와 같은 문제가 계속 발생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원인규명 감정단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정 교수는 “우리나라처럼 구조 엔지니어가 현장에 없고 설계 감리를 하지 않는 나라는 거의 없다”면서 “이미 1975년에 구조 기술사 제도가 도입됐는데 수십년동안 정부는 건축사와 기술사의 밥그릇 싸움으로 치부해 법 개정에 나서지 않고 있다. 안전을 위한 건축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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