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13명 중 7명 '적법' 6명 '위법' 판단…징수근거 법적논란 여전, 계속되는 후폭풍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대법원이 국공립대의 기성회비 징수를 적법한 것이라고 판결, 교육계 혼란은 막게 됐다. 하지만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대법관 이상훈)는 25일 서울대 등 7개 국·공립대 학생 3800여명이 "부당 징수한 기성회비를 돌려달라"며 각 대학 기성회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지난해 국공립대 학생 1인당 평균 등록금 399만원의 82%인 327만원이 기성회비였다. 기성회비는 수업료보다 훨씬 큰 비중을 차지할 만큼 배보다 배꼽이 큰 존재였다. 기성회비 징수의 법적 근거가 모호하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반환 소송'이 줄을 이었다.


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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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공립대는 대법원 판결로 한숨을 돌렸지만, 이번 판결을 둘러싼 법리적 논란은 고스란히 남아 있다. 대법관 13명 중 6명의 대법관이 기성회비 징수를 위법한 것으로 판단했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박보영 고영한 김신 김소영 조희대 권순일 대법관은 "국립대학 경영자는 학생이 기성회비를 납부하지 않은 때에는 학생 등록을 거부했다"면서 "학생 입장에서는 기성회비를 납부하는 것 이외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다수 의견의 판단 논리도 논란의 초점이 되고 있다. 특히 대학생 보호자(학부모)들과 대학 기성회가 회원 가입에 대한 '의사 합치'를 이뤘다는 판단은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실제 대학생 학부모 대다수는 본인이 기성회원이라는 사실도 모르는 상태에서 어쩔 수 없이 기성회비를 내왔다는 점에서 대법원 판단은 법리적으로 무리한 해석이라는 지적이다.


이번 소송에 참여한 하주희 변호사는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법치주의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결과"라면서 "고등교육을 법의 바깥인 밀실에서 결정하도록 허용한 것과 다름 없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이 적법 판단을 내렸지만, 정작 현실에서 '기성회비'는 사실상 퇴출 상태라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사립대는 1999년을 전후로 해서 기성회비라는 명목을 이미 없었다. 국공립대도 지난 3월 국립대 회계법이 제정된 이후 기성회비를 둘러싼 논란의 소지를 없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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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기성회비 징수의 법적 모호성이 지적되자 기성회비 대신 '대학회계' 명목으로 등록금에 포함할 수 있도록 관련법을 준비했다. 하지만 대법원이 뒤늦게 적법 판결을 내리면서 국립대 회계법 제정의 이유가 무색하게 됐다. 정부도 법적인 한계를 의식해 대책을 마련했는데 대법원이 뒤늦게 호흡기를 달아준 셈이다.


이처럼 대법원 판단은 법리적인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등 교육·시민단체들은 26일 오후 항의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 이들 단체는 "이제 아무나 '비법인 사단'을 만든 뒤 공공기관 도움을 받아 비용의 징수를 강제하면 된다는 것인지 걱정스럽다"고 지적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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