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회비 징수 적법" 대법원 판결 논란…"기성회 가입의사 없었다" 대법관 6명 반대의견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학부모들 및 (대학) 기성회들 사이에는 기성회 회원가입에 관한 의사합치가 이뤄지고 그 규약에서 정한 회원으로서의 의무이행이 이뤄졌다고 평가할 수 있다.”


25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러한 논리를 토대로 대학 기성회의 기성회비 징수는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서울대 등 7개 국·공립대 학생 3800여명이 “부당 징수한 기성회비를 돌려달라”며 각 대학 기성회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1심과 2심 법원은 기성회비 징수는 법적 근거가 없는 것으로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러한 판단을 뒤집고 대학 측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

대법원

AD
원본보기 아이콘

학부모 스스로 기성회에 가입했으니 ‘기성회비’ 징수는 당연하다는 게 논리의 뼈대다. 대학생 보호자(학부모) 중에서 자신이 기성회원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정말로 대학생 학부모들은 스스로 기성회에 가입해 회원으로서 의무를 다하고자 ‘기성회비’를 내고 있을까.


이는 원심 법원의 판단과도 배치되는 대목이다. 1심 법원은 “기성회비가 포함된 고지 금액 전부를 납부하지 않으면 등록을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납부 거절로 인한 사실상의 손해를 피하기 위해 부득이 일괄 고지받은 기성회비를 납부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심지어 1심 재판부는 “기성회비 미납부시 대학교 등록을 거부하는 등 실질적으로 기성회비를 강제 징수하고 있는바, 이는 사적 자치의 근간을 해치고 국민의 일반적인 행동자유권을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2심 재판부도 판단은 다르지 않았다. 2심 재판부는 “기성회비 문제 제기는 최근에 이르러 주로 학생회 등 재학생 대표를 통해 이뤄진 점을 비춰보면 원고 대부분이 기성회비 납부의무가 없음을 명확히 알고 변제한 것이 아니라 의무가 없음을 알지 못하고 착오로 납부한 것이라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는 대법원 판단과 정확하게 배치되는 대목이다. 대법원은 “학생이나 학부모 역시 그러한 사정을 알면서 국립대학의 부족한 재원을 보충하려는 의사로 기성회비의 납부에 응했다고 보는 것이 국립대학에서의 기성회비 납부에 관한 실체에 부합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내린 이날 결론은 대법관 내부에서도 논란의 대상이었다. 실제로 박보영, 고영한, 김신, 김소영, 조희대, 권순일 등 6명의 대법관들이 반대 의견을 냈다.


이들 대법관들은 “국립대학의 경영자는 학생이 기성회비를 납부하지 아니한 때에는 학생의 등록을 거부했고, 학생 입장에서는 기성회비를 납부하는 것 이외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었으므로, 원고들의 기성회비 납부를 자발적이거나 임의적인 것으로 볼 수 없어, 원고들에게 피고 기성회들의 회원으로 가입하려는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AD

결국 논쟁의 포인트는 대학 기성회원임을 알면서 회원의 의무를 다하고자 ‘기성회비’를 낸 것인지, 자신이 회원인지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대학이 기성회비를 내지 않을 경우 등록을 받아주지 않아서 수업료와 함께 지불한 것인지가 쟁점이다.


대법원 결론은 대학교 학부모들이 기성회원임을 알면서 의무를 다하고자 기성회비를 냈다는 판단이지만, 이러한 판단이 타당한지는 법조계는 물론 교육계 안팎에서 논란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