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자금 '돌려막기', 갚은 돈도 범죄액
투자금 107억원 받아 90억원 돌려줘…대법 "107억원 전체가 범죄액수"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부동산중개 보조인이 거액의 투자금을 받은 뒤 엉뚱한 용도로 사용하다 일부를 돌려줬다면 어디까지를 ‘범죄액수’로 봐야할까. 고등법원은 돌려준 금액을 뺀 나머지 금액을 ‘범죄액수’로 판단했지만, 대법원은 처음에 투자받은 전액을 ‘범죄액수’로 봐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부동산중개 보조인 강모씨는 “경매로 넘어가기 직전의 부동산이나 사채업자 등에게 시달려 급매로 나오는 부동산을 매입해 되팔면 수익이 많이 난다. 투자를 하면 4~6개월 내에 최소 20%의 수익금을 주겠다”라는 말로 투자를 유도했다.
피해자 임모씨는 2010년 11월부터 2013년 11월까지 413회에 걸쳐 강씨에게 돈을 건넸다. 건넨 돈의 액수는 모두 107억 8000만원에 이른다.
강씨가 처음부터 임씨를 속여 투자금을 가로챘던 것은 아니다. 수익금 명목으로 꾸준하게 돈을 전달했다. 강씨가 임씨에게 전달한 액수는 90억여원에 이른다. 그렇다고 강씨가 탁월한 수환을 발휘해 투자이익을 이뤄낸 것도 아니었다.
강씨는 2010년 7월 빌라를 매입했다가 매각이 잘 되지 않아 매입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매도하면서 상당한 손해를 보게 됐다. 강씨는 투자자들에게 이러한 얘기를 하지 못했고, 투자금을 받으면 다른 투자자의 수익금으로 돌려주는 방법으로 이른바 ‘돌려막기’를 이어갔다.
그러는 사이 부채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임씨로부터 받은 107억여원도 돌려막기 등의 용도로 활용됐다. 임씨는 107억여원을 투자해 90여원을 돌려받았지만, 나머지 17억원을 돌려받지 못하게 되자 강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1심은 강씨의 사기 혐의 등을 인정해 징역 5년을 선고했다. 2심은 징역 4년으로 감형했다. 2심 재판부는 “17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90억원 부분에 대해서는 기망해 편취의 의사로 돈을 교부받았다는 점이 증명됐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결국 임씨가 강씨에게 전달한 107억원 중 돌려받은 90억원을 제외한 17억원에 대해서만 범죄 혐의를 인정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판단이 달랐다. 대법원은 107억원 전체를 범죄액수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1부(주심 대법관 고영한)는 강씨가 임씨에게 받은 돈을 다른 투자자의 ‘돌려막기’ 용도로 사용하거나 개인 채무 변제, 차량 구입 등 생활비로 사용한 점에 주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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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은 “투자금을 교부받을 때마다 각별로 사기죄가 성립하는 것”이라며 “교부받은 투자금을 반환했다가 다시 그 돈을 재투자 받는 방식으로 계속적으로 투자금을 수수했다면 각 편취범행으로 교부받은 투자금의 합계액이 특경법 제3조 제1항 소정의 이득액이 되는 것”이라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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