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라, '고루한 스포츠 브랜드' 이미지 벗는다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반바지 차림의 부사장'이 출근했다. 억대의 포르쉐 카이엔을 타고. 신발은 에르메스다. '사장님' 뿐 아니라 '회장님'과 마주하는 회의 자리에서도 복장은 그대로다.
사실 그는 인사부터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정 부사장은 글로벌 디자이너의 요람으로 꼽히는 뉴욕 파슨스 디자인스쿨에서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을 전공, 뉴욕에서 활동하던 인물이다. 대중적인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것은 제일모직을 통해 본인의 이름을 내건 '구호(KUHO)'를 론칭하면서다. 이후 무용 연출가 등으로 활동하다가 최근에는 서울 패션위크의 총감독으로 위촉돼 화제가 됐다.
그의 행보가 파격적인 이유는 책임을 두려워하지 않는 그의 태도에 있다. 정 부사장은 서울패션위크의 '사상 첫' 총감독이다. 패션위크는 업계 최대 행사로 꼽히지만, 지난 2000년 개최이래 총감독 체제로 진행되지 않았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행사를 책임지고 진행할만한 인물이 없었다는 것이 이유 중 하나다.
때문에 격식을 파괴한 복장과 고가의 외제차 출퇴근 등 정 부사장의 '튀는 행동'도 변화의 맥락에서 볼 수 있다는 평가다. 지나치게 보수적인 한국 기업문화의 틀을 깬다는 의미에서다. 휠라코리아 관계자는 "복장은 작은 부분이지만, 정 부사장이 주도하는 변화에 대해 내부적으로도 긍정적으로 보고있다"면서 "특히 젊은 디자인 인력들의 분위기는 매우 고무적인 상태"라고 말했다. 아울러 "내년 S/S(봄·여름) 시즌 쯤이 되면 변화된 제품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면서 "초기 안착단계까지 실적은 악화될 수 있지만, 회사에서는 적자를 감수하더라도 변화를 이끌어내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