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사태 후 감염병관리법 개정안 8건 중 6건이 비용수반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만성적인 세수부족에도 불구하고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비용수반법안이 남발되고 있다. 대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비용이 투입되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견해도 있지만 재정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포퓰리즘식 법안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추가경정예산 배정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비용이 뒤따르는 법안 발의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가 발생한 이후 재발방지책 등을 담은 법안을 보면 비용이 수반되는 게 대부분이다. 지난달 20일 국내에 메르스 첫 감염자가 공개된 이후 지금까지 관련법인 '감염병 예방 및 관리법' 개정안은 국회에서 총 8건이 발의됐다. 이 가운데 김명연 새누리당 의원과 부좌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제출한 법안을 제외한 나머지 6건에 비용추계요구서가 첨부됐다. 이들 법안에서 제시한 예산은 대부분 격리자 생계지원과 감염환자를 진료한 병원에 대한 손해보상, 감염병 전문 병원 설립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 법안이 예산 투입을 전제로 하지만 재원 마련 방법은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일부 법안의 경우 막연히 '유무형의 피해를 보상한다'고 명시해 재원 마련에 대해 무책임한 모습을 보였다.


감염병예방관리법 개정안을 발의한 김성주 새정치연합 의원실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입법은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며 구체적인 예산은 정부에서 마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슷한 내용의 개정안을 제출한 같은 당 김용익 의원 측은 "정부가 제대로 대응했다면 비용을 수반할 법안을 낼 일도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메르스와 관련해 투입되는 예산이 기획재정부 예비비로도 충당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수롭지 않은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법안을 발의하는 국회의원들이 만성적인 세수 부족 현상을 외면하는 게 문제라는 비판에서는 자유롭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19일 법안 발의시 비용추계요구서 첨부를 의무화한 국회법 개정안이 시행된 이후 지금까지 발의된 비용수반 법안은 231개로 같은 기간 발의된 법안 가운데 5분의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관계자는 "지금은 예산시즌이 아니라 비용수반 법안 제출이 덜하다"면서 "예산안을 논의하는 정기국회가 시작되면 법안 발의도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정치권을 중심으로 추경예산 편성 가능성이 솔솔 제기되면서 의원들의 움직임도 빨라질 거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추경이 수립되면 예산을 어떻게 쓸 것인가라는 얘기가 분명히 나온다"면서 "편성 과정에서 법안을 발의한 의원들이 예산 확보를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비용수반 법안 남발을 막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개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국경복 전 국회 예산정책처장은 "재원 조달 방안을 담은 페이고법이 도입돼야 하지만 여러 이유로 국회에서 논의가 중단됐다"면서 "예산결산위원회가 총액을 결정하되 상임위에 재량권을 확대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예결위가 심사지침을 마련해 각 상임위와 공유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현재는 각 상임위에서 심사한 후 예결위가 최종 결정하는 구조라, 예산법안을 모조리 반영해 예결위로 보낸다. 하지만 상임위에 재량권을 확대할 경우 예결위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스스로 조절할 수 있어 궁극적으로 포퓰리즘식 비용수반법안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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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경제통인 이한구 의원도 이와 비슷한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지난해 발의한 바 있다.


익명을 요구한 국회 관계자는 "의원들이 스스로 비용이 따르는 법안 제출을 자제하도록 하는 것 보다 제도를 개선하는 게 훨씬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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