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일 'SNS' 항명사건, 괘씸죄 人事 심각한 후유증
-포스코 주요 내부문서 유출
-미얀마 가스전 매각설 퍼져
-"회의내용 정리한 것일 뿐인데.."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커뮤니티에서 시작된 '미얀마 가스전 항명사건'이 포스코와 대우인터내셔널 양측 책임자 경질로 일단락됐다. 포스코의 매각문서 유출건과 대우인터내셔널의 항명사건 모두 시초는 온라인에서 비롯됐다. 사태가 일단락된 뒤에도 커뮤니티에서는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사태가 처음 발생한 것은 대우의 핵심사업인 미얀마 가스전 매각설이 SNS를 통해 나돌기 시작하면서부터다. 포스코의 내부 문서가 유출된 것. 대우 임직원들은 크게 동요했다.
동요가 커지자 전 사장이 내부 직원 달래기에 나섰다. 사내 임원 전략회의에서 "권오준 포스코 회장에게 가스전 매각 부당성을 말씀드렸다"며 "미얀마 가스전 같은 우량자산을 매각하는 게 아니라 포스코그룹 내 산재한 부실자산ㆍ불용자산ㆍ비효율자산을 정리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사태는 더욱 커졌다. 이같은 발언이 사내게시판에 공개 게재되면서 사실상 포스코에 정면 반박한 꼴이 됐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이를 '항명'으로 받아들였다.
경영진 회의에서 논의해야 될 내용이 사내 게시판에 공개된 것에 전 사장의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포스코는 대우인터와의 갈등으로 비춰질 것을 우려해 애써 태연한 척 했지만 속은 끓었다. 전 사장이 권 회장의 구조조정에 반발, 사장직을 걸고 작심하고 문제를 지적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대우인터는 정확히 말해서 해당 글은 전 사장이 직접 작성해 올린 것은 아니며 전혀 의도된 것도 아니라고 해명했다. 대우인터내셔널은 한 달에 한 번씩 임원 전략회의를 열고, 이 내용을 정리해 사내게시판에 올려놓는데 이번 건 역시 회의록을 작성하는 임직원이 정리해 작성한 것이라는 것이다. '미얀마 가스전 매각설에 대한 적극적 대응 시작'이라는 제목도 당연히 전 사장의 작품이 아니다. 대우인터내셔널 관계자는 "매번 전략회의 이후 다른 직원들도 관련 내용들을 숙지할 수 있도록 회의내용을 정리해 사내게시판에 올려놓곤 한다"며 "결코 'CEO레터' 같은 게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하지만 포스코의 시각은 달라지지 않았다. 전 사장이 포스코 경영진들과 먼저 논의했어야할 내용을 사내에서 모기업의 구조조정 방향을 반박한 것은 부적절한 처사였다는 평이다. 전 사장이 사내게시판에 올려질 것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발언을 한 것은 이미 계산된 행동이었다고 반박했다.
현재 직장인 익명 앱 '블라인드'에서는 전 사장을 응원하는 글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대우 직원들은 "이런 선배가 있다는 게 자랑스럽고 눈물이 난다""존경스럽다. 마지막까지 힘을 내달라"등의 글을 올리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포스코의 미얀마 가스전 매각 문서가 유출된 곳도 바로 이 블라인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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