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일의 항전…'권오준의 칼' 무뎌지나
[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대우인터내셔널의 미얀마 가스전 매각 사태가 그룹내 갈등으로까지 확산되면서 지난 1년간 구조조정에 사투를 벌여온 권오준 포스코 회장의 경영정상화 추진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가 계열사인 대우인터내셔널의 미얀마 가스전 매각 검토와 관련된 논란을 매듭짓는 차원에서 조청명 그룹 가치경영실장(부사장)을 경질했다. 조 실장이 검토하던 미얀마 가스전 매각 방안이 외부에 유출돼 분란을 일으킨 데 따른 최종 관리책임을 물은 것이다. 조 부사장은 권오준 회장 보좌역으로 발령 났고, 가치경영실 전략위원인 전중선 상무가 당분간 실장 직무대행을 맡게 됐다. 권 회장이 자신의 최측근인 조 실장을 경질한 것은 가스전 매각을 반대하는 직원들 마음을 달래기 위한 카드로 풀이된다. 그룹의 구조조정 검토안을 공개적으로 반발해 해임절차가 진행중인 전병일 대우인터내셔널 사장을 두둔하는 직원들의 분위기도 감안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이번 사태로 권 회장이 의욕적으로 밀어붙여온 구조조정 작업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점이다. 권 회장은 지난해 3월 취임할 때부터 "철(鐵)을 제외한 모든 사업부는 구조조정 대상"이라며 전방위적인 사업구조 개편을 추진해 왔다. 지난해 말 핵심 계열사인 포스코특수강(현 세아창원특수강)을 세아그룹에 매각한데 이어 수익악화의 주범인 비주력 계열사에 대한 구조조정에도 나서고 있다. 올해 들어선 적자가 누적된 포스하이알에 대해 법정관리를 신청한데 이어 고가 매입 논란을 빚고 있는 계열사 포스코플랜텍에 대해서도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포스코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포스코건설 지분 1조원 어치를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에 매각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으며, 5000억원 규모의 광양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 매각 작업도 재개할 방침이다. 부산 센트럴스퀘어와 포스코우루과이, 포스코엠텍 도시광산사업부, 호주 구리광산 샌드파이어 지분 등도 구조조정 대상에 올려 놓고 매각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포스코 안팎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향후 강력한 구조조정 드라이브가 어렵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언제든 '제2의 전병일 사태'가 다시 불거질 수 있어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권오준 회장의 계열사 구조조정 기준이 모호해 당분간 내홍이 계속될 전망"이라며 "이는 장기적으로 잡음과 내홍 등으로 남아 구조조정 작업에도 상당부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당장 구조조정 차원에서 진행중이었던 미얀마 가스전 매각 작업이 이번 사태로 중단됐다. 권 회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미얀마 가스전 매각에 대해 "검토 중이지만, 당장 팔겠다는 뜻은 아니다"며 기존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지난달 포스코 창립 이후 처음으로 설립한 비상경영쇄신위원회 운영도 힘을 잃게 됐다. 포스코가 전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모두 사표를 제출하며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경영쇄신 작업에 돌입했지만, 쇄신위원에 포함돼 있는 전병일 사장이 이번 사태로 경질되면서 경영쇄신 작업 또한 삐걱거리게 됐다. 재계 관계자는 "포스코가 밖으로는 철강시장 침체, 안으로는 구조조정에 반발하는 내부 직원들로 시달리는 내우외환(內憂外患)의 기로에 서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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