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장직 재공모 발표 "문체부 장관, 내 편 아닌 사람 수용못해"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납득할 수 없고 수용할 수 없다…모든 절차를 다 통과한 후였지만 문체부에서 '여론조사'를 이유로 '부적격' 통보를 내렸다."
최효준 전 경기도미술관장이 9일 문화체육관광부가 공식 발표한 국립현대미술관장직 재공모 방침에 대해 10일 오후 심경을 밝혔다.
절차상 문제가 없다하더라도 최 전 관장은 문체부의 '관장직 부적격' 판단은 납득하기가 힘들다는 입장이다. 그는 이날 "문체부 간부로부터 인사혁신처 최종결정 통보 이후 '여론조사'를 진행했다고 들었다. 임용이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는 지난달 말이 지나면서 반전됐다. 경로도 알 수 없는 '여론수렴'이란 과정으로 '부적격' 판단을 내리고 무효화시켰다"고 했다. 최 전 관장은 또 "절차상 문제가 아니어서 법적대응 여지는 없다. 하지만 심정적으로 수용할 수 없다. 여론 수렴이 아니라 최종후보에 오른 내가 왜 '부적격'인지 심의하는 등 합리적인 절차를 진행했어야 마땅하다"고 했다.
문체부가 국립현대미술관장 채용과 관련 '적격자 없음'을 결정한 지난 8일 문체부 소속 한 간부가 최 전 관장에게 "정말 말씀드리기 죄송한데요. 자진사퇴하실 생각은 없습니까?"라고 이야기 한 바 있다고 언급했다. 당시 이 같은 요청에 대해 그는 "사실상 사퇴 종용이었다"며 "장관을 면담하고 제대로 이야기하고 판단할테니 주선해달라고 답변했다"고 했다. 하지만 장관은 만날 수 없었고 국장급 인물이 대면하려 했던 것을 최 전 관장이 취소시켰다.
그는 이번 문체부의 결정에 대해 자신이 언젠가 본 글귀를 인용하며 "조직을 무너지게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심리학적 용어로 '코퍼레이트 사이코패스(corporate psyco-path)'다. 이는 영리 부분만이 아니라 공공이나 문화영역에서도 있을 수 있다"며 "진실하지 않고, 거짓말에 능하고, 책임을 부정하고, 자기비판 못하고 타인을 부끄럽게 만들고 절망시키면서 궁극적으로는 조직을 와해시키는 인물들이다"라고 했다. 즉 이번 국립현대미술관장직 재공모 방침에 김종덕 문체부 장관을 겨냥한 얘기다.
최 전 관장은 "한 사람에게 권력이 과도하게 집중돼 있는 조직 시스템이 인사난맥을 끊이지 않게 한다. 문체부 산하기관 수장들도 자격 없는 이들이 많다"며 "장관은 자기와 밀착할 수 있는 존재 외에 다른 사람에게는 극도의 불신을 갖는다. 내 편 아닌 사람 결코 수용 안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 전 관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사이 문체부에서는 이번 사안과 관련한 보도자료를 언론에 보냈다. 자료에는 "(최 전 관장이) ‘적극적인 업무추진력, 창의성과 혁신적 마인드 등 변화와 진취성이 요구되는 국립현대미술관장의 업무를 수행하는 데는 다소 미흡’하다고 판단했다"며 국립현대미술관장직 재공모 결정에 대해 어제(9일) 보다는 상세한 설명이 담겼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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