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뚝뚝남 조성민이 미소천사가 된 까닭은
평소 후배와 어울리지 않았지만 kt 주장된 후 따뜻한 선배 변신 "약체지만 똘똘 뭉쳐 이겨낼 것"
[수원=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 프로농구 부산 kt는 조동현(39)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 세 가지가 달라졌다.
첫째, 훈련할 때 웃는 선수를 찾아볼 수 없다. 걸음을 멈추고 몇 번 숨을 헐떡이면 다시 뛰라는 신호가 온다. 낙오하면 더 힘든 프로그램이 기다리고 있다. 둘째, 밤 11시 이후 외출을 금지했다. 사실은 금지하지 않아도 훈련이 워낙 고돼 이 시간이면 대부분 곯아떨어진다. 아침이 되면 눈빛은 다시 맹수로 변한다. 셋째, 열외자가 없다. 부상이 있어도 중상이 아니면 훈련에 빠지지 않는다. 훈련이 끝난 코트에는 땀에 젖어 떨어져나간 파스 조각이 널브러져 있다.
조 감독은 "정규리그 개막일(9월 12일)이 한 달가량 앞당겨져 준비할 시간이 촉박하다"면서 "우리는 다른 팀들에 비해 전체적으로 경기력이 떨어진다. 남들보다 더 뛰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했다. 녹초가 된 선수들의 마음을 다잡는 건 주장 조성민(32)의 몫이다. 힘들기는 매한가지지만 웃음과 농담을 섞어가며 분위기를 띄운다.
"주장을 맡으면서 후배들을 엄격하게 다룰지 친근하게 안아줄지 고민이 많았다. 그런데 그동안 어떤 유형의 선배를 잘 따랐나 생각해보니 답이 나오더라. 후자였다."
지난 시즌만 해도 그는 어려운 선배였다. 휴식시간에 어울려 놀지 않는데다 리그를 대표하는 슈터이다 보니 후배들이 쉽게 다가가지 못했다. 침체된 분위기를 걷어내고자 몇 차례 근성을 강조한 것도 보이지 않게 선을 그은 꼴이 됐다. "내가 무섭나 보다. 대표팀에 소집돼 비시즌을 함께 하지 못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 같고." 그래서 스스로 달라지겠다고 마음먹었다. 조성민은 "훈련도 힘든데 나까지 스트레스를 줄 수는 없다. 더 많이 웃고 고충을 들어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사실 스스로를 추스르기도 바쁜 그다. 조성민은 "지난해 인천아시안게임을 준비하면서 무릎을 다쳐 시즌 중반에야 투입됐는데 솔직히 서두른 감이 있었다. 승률이 떨어지던 팀에 도움을 주지 못해 미안했다"며 "아직도 반성하고 있다"고 했다.
kt는 다가오는 정규리그에서도 약체로 꼽힌다. 서울 SK에서 박상오(34)를 데려왔지만 여전히 높이 등에서 다른 팀에 밀린다. 조성민은 "그럴수록 하나로 똘똘 뭉쳐야 한다"고 했다. "6강 플레이오프를 TV로 시청하는 내 자신이 못마땅했지만 좌절하지 않았다. 후배들도 그랬으면 좋겠다. 패배를 교훈으로 삼고 목표의식을 분명히 해야 한다." 그의 목표는 아내 윤숙정(29) 씨와 태어난 지 74일 된 딸 율하에게 자랑스러운 가장이 되는 것이다. 조성민은 "주말에 집에 가도 젖병을 닦고 기저귀를 갈아주느라 쉴 틈이 없다. 율하가 꼭 나랑 있을 때만 대변을 본다"며 "숙소생활로 함께 하지 못하는 것이 미안할 따름이다. 고생하는 아내와 딸을 위해서라도 힘을 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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