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오세훈 전 시장 시절 만들어진 한강운하 주무부서 그대로 놔둬...조례상 사업 목적에도 '한강운하' 내용 포함돼..."공식적으로 포기한 것 맞냐" 의혹 제기돼

양화대교 현황모습. 오는 14일 하류측 아치교가 직선 개통된다.

양화대교 현황모습. 오는 14일 하류측 아치교가 직선 개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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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사실상 폐기된 것으로 알려졌던 '한강르네상스(한강운하)' 정책의 후폭풍이 여전하다. 담당조직인 한강사업본부가 그대로 남아 있고 공식적인 사업목적에 한강운하 사업 내용이 여전히 포함된 것으로 확인돼 서울시가 한강운하 정책을 공식적으로 포기한 게 맞냐는 의구심이 일고 있다. 양화대교 교각 개량 공사를 강행하는 바람에 예산낭비를 초래한 책임자에 대한 징계조차 이뤄지지 않는 등 뒷수습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3일 시에 따르면 '서울시 행정기구 설치조례'에 한강운하 사업을 추진해 온 조직과 사업 목적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우선 오세훈 전 시장 시절 한강운하를 추진하기 위해 한강시민공원관리사업소에서 확대 개편된 한강사업본부가 그대로 남아 있다.

무엇보다 이 조례에 따르면 시는 한강사업본부의 사업 목적으로 한강운하 정책의 골자인 '한강주운 및 수변개발 기본계획 수립'과 '한강 접근성 향상 및 경관개선 사업'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한강운하 사업은 2006년 오 전 시장이 공약해 당선 된 후 추진됐으며, 2011년 예비비를 동원해 양화대교 교각 개선 공사를 강행하면서 본격화됐다. 한강 교량의 교각 간격이 너무 좁아 대형 선박 통행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양화대교 교각 거리를 확장한 것으로 사업의 첫 삽을 뜬 것이다.

하지만 오 전 시장이 사퇴하고 서해뱃길 사업도 취소되면서 양화대교 사업에 투입된 490억원만 낭비하고 말았다.


서해뱃길조성사업과 연계돼 추진 중인 경인아라뱃길 사업 구간 / 서울시

서해뱃길조성사업과 연계돼 추진 중인 경인아라뱃길 사업 구간 /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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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양화대교 공사를 강행한 권영규 시장 권한대행과 도시기반시설본부, 한강사업본부 등 책임자들에 대한 징계ㆍ처벌 등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보궐선거에서 승리한 박원순 시장이 공사 중단을 지시했지만 공무원들은 예정됐던 하류 부분 공사를 강행하는 '항명 사태'에 대한 진상조사와 책임규명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이후에도 시는 달랑 '백서'만 내놓았을 뿐 후속 대책은 없다. 시는 백서를 통해 사업성 부풀리기ㆍ환경영향평가 전 착공, 기본설계 종료 전 실시 설계 발주, 시의회 삭감 경비를 예비비로 지출한 점 등을 문제점으로 고백했지만 책임자 처벌은 없었다.


한강운하 사업의 후폭풍은 이 뿐만이 아니다. 최근 한강운하 사업이 완료돼 대형 선박이 통행했다면 좌초사고를 일으킬 가능성마저 안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줬다.


경찰은 지난해 4월 투신자를 수색하다 양화대교 수중에서 11.2t의 거대한 폐기물 덩어리를 발견했다. 양화대교 구조 개선 공사를 하면서 나온 폐기물이 제거되지 않은 채 불법 투기돼 있었던 것이다.


이로 인해 해당 지점의 수심은 평균 12m에서 4m로 낮아져 있었다. 여객선이 오갔다면 끔찍한 사고를 일으킬 수 있었던 셈이다. 이 과정에서 시공사 담당 직원은 뇌물을 받고 무자격 부실업체에 철거를 맡겼고 공무원들은 자격심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승인해줬다. 철거업체는 철거과정에서 나온 철재를 되팔아 1억원이 넘는 부당 이익까지 챙겼다. 경찰은 이에 시공사 현장 소장을 구속하는 한편 철거업체 관계자ㆍ공무원 등 2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시는 폐기물 불법 투기를 까맣게 모르고 있다 지난해 7월 경찰의 통보를 받은 후에야 수중탐색을 거쳐 콘크리트 더미를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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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이 한강운하 사업의 후폭풍이 거센 것은 정확한 사업성 검토 없이 '치적쌓기' 등 정치적 목적으로 사업을 강행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또 공무원 조직이 사업과 예산을 따내기 위해 노력하지만 책임은 지지 않으려는 생리로 인해 무책임한 결과를 빚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울러 오 전 시장이 임명한 한강사업본부장을 요직으로 발탁한 박 시장의 판단도 책임자 징계를 하지 못하게 한 원인의 하나로 지목된다.


한강운하반대시민행동 관계자는 "막대한 예산이 수반되는 공공 공사에서 큰 잘못을 저지른 책임자는 별다른 처벌 없이 요직을 꿰차고 있다"면서 "여전히 조직이나 조직목적으로 둔 한강운하를 할 의도가 있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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