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m 높이 박스 수북히 쌓여 있는 '밀어내기 종착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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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2일 오후 찾은 서울 영등포구 식음료 상사ㆍ상회거리. 이곳은 일명 '삥'시장 또는 '땡처리'시장으로 통한다.


200m가량 줄지어 있는 상점들에 화물차와 지게차가 연신 오가며 물건을 내려놓고 있다. 라면, 음료, 커피, 과자, 화장지, 부탄가스 등 다양한 제품들이 박스째로 3∼4m 높이까지 쌓여있었지만 제품들은 계속 들어오고 나가기를 반복했다.

제조업체의 밀어내기로 영업직원이나 대리점주들이 헐값에 내놓은 제품들이다.


삥시장에서는 일반 소매점보다 최다 30% 할인된 가격에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또한 유통기간이 임박한 제품들도 저렴하게 판매된다.

실제로 삥시장에서는 신라면 멀티팩(120g*5봉*8팩, 총 40개)이 2만2000원으로, 대형마트 2만5424원, 일반 소매점(편의점 등) 3만1200원보다 훨씬 싸다. 편의점의 경우 삥시장과의 차이가 무려 30% 이상이다.


짜왕(3만4000원), 안성탕면(2만원), 삼양라면(2만원), 진라면(1만9000원) 등도 20∼30% 저렴했다.


시중에서 1000원 이상인 칠성사이다와 코카콜라 등 음료수 캔도 개당 가격이 500원을 밑돌았고, 제주 삼다수(500㎖)도 400원 가량 저렴한 400원 대에 거래되고 있다.


영등포에 위치한 일명 '삥'시장에 라면과 음료수가 박스째 수북히 쌓여 있다.

영등포에 위치한 일명 '삥'시장에 라면과 음료수가 박스째 수북히 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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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10년이상 가게를 운영하는 김모(56ㆍ여) 사장은 "영세 소매점, PC방, 노래방, 음식점 등의 업주부터 일반 소비자들까지 고객들이 다양하다"며 "자세히 얘기할 수 없지만 원가의 20∼30% 가격에 제품을 사들여 50% 정도에 판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국유통상인연합회 관계자는 "삥시장은 서울에만 청량리, 노량진, 영등포 등에 있고, 전국에는 대도시를 중심으로 10여 곳이 형성돼 있다"며 "삥시장에서 거래되는 모든 제품이 대리점 재고 창고에서 흘러나온 제품은 아니지만 유통기한 등에 따라 제품 가격이 천차만별인 점과 카드결제나 현금영수증 발급이 되지 않는 점을 볼 때 상당수 제품이 밀어내기 제품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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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어 "삥시장이 형성된 건 이미 수십 년 전"이라며 "영업직원이나 대리점이 필요 이상의 제품을 떠안으면서 발생되는 재고를 손실 보전을 위해 헐값에 삥시장에 내놓고 있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식품산업협회 관계자는 "쿠팡, 위메프 등 소셜커머스에서 믿기지 않을 정도로 싼 가격에 파는 라면, 생수, 과자 등은 삥시장 제품일 가능성이 높다"며 "삥시장이 시장 가격을 교란시켜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주는 것도 문제지만 근본적으로 밀어내기 관행이 해결되지 않으면 삥시장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광호 기자 k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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