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무가 전미숙의 '아모레 아모레 미오' 돌아온다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평온한 듯하면서도 사람을 한방 먹이는 충격을 감추고 있는", "글로 춤 작품을 논할 수 있는 재료를 풍부하게 무대에 올리는" 안무가. 평단으로부터 '조용한 도발자'로 평가받는 안무가 전미숙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교수(56)가 5년 전 초연 작품을 이달 초 다시 무대 위에 올린다. 웬만해선 재연을 하지 않는 안무가여서 이번 무대가 더 주목되고 있다.
작품 이름은 '아모레 아모레 미오(Amore Amore Mio, 사랑 나의 사랑)'. 사랑의 속성을 풀어낸 공연으로, 뜨겁고 황홀하지만 깨지기 쉽고 구속하고, 상처를 주기도 하는 연인 사이의 여러 감정을 다채로운 장면과 움직임으로 담아냈다. 2010년 초연 당시 3회 전석 매진을 기록했고 춤 비평가회의 '춤 비평가상'을 받은 작품이다.
최근 서울 서초동 한예종 무용원에서 전 교수를 만났다. 이 작품을 다시 올리게 된 이유를 물었다. 그는 "안무자가 어떤 작품을 만들 때는 굉장히 심취돼서 작업을 한다. 몇 년 뒤에 다시 하려면 당시의 마음을 제대로 살리기 힘들다"면서도 "하지만 이번 작품은 한번은 꼭 해보려고 했다. 일반 대중에게 심각하지 않고 흥미롭고 편안하게 볼 수 있는 현대무용을 보여줄 수 있겠다 싶었다"고 했다.
'아모레 아모레 미오' 이전까지만 해도 전 교수는 주로 드라마틱하고 파격적인 충격을 주는 안무와 무대로 작품을 만들어 나갔다. 하지만 이 작품을 구상할 당시, 그는 "관객을 의식하지 않으면서도 솔직하고 편안한 에세이 같은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더욱이 그 시절 '현대 무용의 혁명가'인 독일의 피나 바우슈(1940~2009년)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면서, "철학자 같고 겸손하지만 작품 용량이 대단한 바우슈에 대한 오마주를 작품에 담고 싶었다". 그렇게 고민한 결과는 어쩌면 예술에서 진부한 소재일 수 있는 사랑의 감정을 새로운 안무와 위트있고 독특한 무대미술로 발현한 작품이 됐다.
이번 무대는 특히 수많은 커피잔과 받침 그리고 검은 그랜드 피아노가 주요한 장치로 등장한다. 커피잔과 받침은 '위태로운 사랑'을 표현하는데, 무용수들이 들면서 춤추기도 하고 바닥에 수없이 깔리기도 한다. 피아노는 연주 목적이 아닌 춤을 위해서 준비된다. 무용수들은 피아노 위에 올라서고, 눕는다. 전 교수는 "그랜드피아노의 장엄함과 조형미를 오브제로 활용했다. 전체 무대가 화폭이 되고, 그 속에 이런 장치들을 미술적인 요소로 구성했다"고 했다. 전 교수의 진두지휘 하에 그의 제자 9명이 무용수로 등장한다. 신창호(38), 차진엽(37), 김동규(36), 최수진(31) 등 한예종 출신의 화려한 수상경력을 자랑하는 무용수들이다. 전 교수는 "샛별 같던 제자들이 이제는 현대 무용의 흐름을 주도하는 기라성 같은 스타가 됐다"며 "이번 작품에선 그간 관객들에게 보여준 절정의 춤 테크닉보다 절제되고 한층 더 성숙한 춤의 정수를 보여줄 것"이라고 했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아빠, 이제 전화하지 마세요"…Z세대 5명 중 3명 ...
그가 제자들인 무용수들에게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선생을 절대 따라하지 말라. 너와 내가 나이차이가 30년이 나는 만큼, 그렇게 하는 건 30년을 뒤지는 거다." 그는 "우리는 컨템포러리(동시대) 현대예술을 하는 사람들이다. 좋은 점은 배우고 받아들여야겠지만, 취사선택해 자신의 것을 만들라고 강조한다"고 했다.
30여년 무용인생을 걸어 온 전 교수는 멕시코 세르반테스 페스티벌과 미국, 유럽 등지에서 공연한 바 있다. 국내에서 1번도 받기 어려운 ‘춤 비평가상’을 3번이나 받았고, 1998년 미국스타일의 현대무용을 국내 처음 도입한 육완순 안무가(82), 국립현대무용단의 안애순 예술감독(55) 등 한국의 현대무용가 7명과 함께 미국 게일 리서치(Gale Reaserch)산하 세인트 제임스(St. James press)에서 발간된 '세계현대무용사전'(International Dictionary of Modern Dance, 1998년)에 등재되는 영광을 얻기도 했다. 이번 공연은 6월 5일부터 7일까지. 총 5회. 서울 동숭동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70분.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