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한센인 피해자 국가배상 판결…"인간 본연 행복추구권 정당한 근거없이 제한"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특정한 질병을 앓았던 여성이 임신할 경우 ‘강제 낙태’를 해야 한다면 엄마의 심정은 어떨까. 어떠한 의학적인 근거도 없이 그러한 행태가 수십년간 자행됐고, 국가가 이를 주도하거나 방치했다면 이는 또 어떻게 봐야 할까.


국가라는 이름으로 자행된 ‘집단학살’의 폭력, 그 부끄러운 민낯이 다시 한번 세상에 공개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부장판사 김종원)는 20일 강모씨 등 한센인 174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승소판결을 내렸다.

강씨 등은 과거 나병 또는 문둥병으로도 불렸던 한센병을 앓았던 이들이다. 이들 대부분은 과거 한센병에 걸렸다가 완치된 이들이라고 한다. 그러나 한센병을 둘러싼 사회적 무지와 편견은 그들에게 끔찍한 인권침해의 폭력으로 이어졌다.


한센인 남성은 ‘강제 정관수술(단종)’을 해야만 부부관계가 허락됐다. 한센인 여성은 임신을 할 경우 ‘강제 낙태’를 해야 하는 운명에 처했다. 이러한 상황은 1951년부터 1990년까지 이어졌다고 한다.

‘한센 인권 변호단’과 ㈔한국 한센 총연합회는 “강제단종 및 강제낙태는 어떠한 법률적 근거와 의학적 근거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라면서 “보편적 인권으로서 자식을 낳고 양육할 수 있는 권리를 짓밟는 것으로서, 수십 년에 걸친 국가에 의한 집단학살(Genocide)”이라고 지적했다.


한센인들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연이어 한센인들의 인권침해에 대한 국가배상 결정을 내렸다.


2014년 4월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재판부가 한센회복자들에 대한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광주고법도 이러한 판단을 받아들였다. 현재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2월에도 한센인 회복자들이 제기한 국가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이 나왔다.


이번에도 법원은 한센인들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는 강제 정관수술(단종) 피해자는 3000만원씩, 낙태 피해자는 4000만원씩을 각각 보상하라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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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국가는 사회적 차별·편견에 고통 받고 살아온 한센인들을 엄격히 격리하고 자녀마저 두지 못하게 하며 심한 열등감과 절망감을 심어줬다”면서 “인간 본연의 욕구와 기본적인 행복추구권을 정당한 법률상 근거 없이 제한했다”고 지적했다.


한센인권변호인단은 이번 소송 의미와 관련해 “자녀를 보고 싶은 천륜(天倫)을 부인당한 한센회복자들의 아픔, ‘모래알처럼 번성하라던 신의 섭리’의 대상에서 배제됐다”면서 “왜 인류 보편적 권리인 자식을 낳고 키울 권리마저 짓밟았는지, 이제 국가가 답할 차례”라고 밝혔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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