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30일 대부분의 상장 기업들은 개정된 자본시장법에 따라 연간 5억원 이상을 받는 임원의 연봉을 공개했다. 그 결과를 놓고 의견이 분분했다. 임원에게 충분한 보수를 주어야 한다는 근거는 이른바 주인-대리인 문제에 있다. 즉 회사의 주인인 주주를 대리하는 임원은 원칙적으로 주인(주주)의 이익을 위해 봉사해야 하지만 주인이 대리인의 모든 행위를 감시할 수 없기 때문에 대리인이 주인의 이익에 반해 사적인 이익을 추구할 가능성, 즉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게 되는 딜레마가 상존하며 이를 해결하는 방안의 하나로 주인의 이익만을 위해 일할 정도로 충분한 보수를 대리인에게 지급하자는 주장이 등장하는 것이다.
일견 그럴듯한 주장이지만 현실에서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문제는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제기되고 있다. 하나는 높은 보수가 기업실적 향상과 직접 관련이 없고, 오히려 높은 보수를 받는 임원이 많을수록 기업실적이 나쁘다는 보고가 나오고 있다는 점, 그리고 다른 하나는 지나치게 높은 임원 보수로 인해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의 사기가 떨어지고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여러 나라에서 임원 보수를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왔다. 영국과 미국에서는 임원 보수를 주주총회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고, 스위스에서도 임원 보수에 대한 규제를 승인하는 법안이 통과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2013년 연봉 5억원 이상을 받는 상장회사의 등기임원 개인별 보수와 구체적인 산정 기준 및 방법을 기재하도록 하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지난번 공개된 우리나라 주요 기업 임원들의 보수 지급 현황을 보면 위에서 지적한 우려가 현실로 입증되고 있다. 경제개혁연구소가 225개 기업 소속 278명의 사내이사 보수와 기업의 성과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약 25%의 기업에서 성과가 악화되었음에도 임원 보수는 올라간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들이 받는 보수 총액 또한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2014년 공개 대상 임원 288명의 평균 연봉은 12억3900만원이고, 10억원 이상을 받는 등기임원은 126명이었다. 이를 2014년 연말정산 근로자 1636만명의 평균 급여액인 3040만원과 비교하면 무려 40배를 넘는 고액이다. 미국의 경우에는 더 심하다. 100대 최고경영자(CEO)의 연봉 평균은 2277만달러로 평균 임금 4만4888달러의 무려 500배나 된다.
결국 임원에 대한 적정한 보수 수준이 얼마이어야 하는가라는 문제의 해답은 기업 성과와 어떻게 연계시켜야 하는가, 그리고 노동자 임금 대비 어느 수준까지 허용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이에 대해 나라마다, 기업마다 다양한 해법이 제시되고 있다. 자사 평균 임금의 19배를 넘지 않도록 하는 규정을 가지고 있는 홀푸즈(Whole Foods)사의 경우처럼 보수 최고액을 설정하는 방안, 단기, 중기, 장기 실적을 평가하여 상응하는 인센티브를 사후에 지급하는 방안, 독립적인 보상위원회를 두어 적정한 보수 수준을 결정하게 하는 방안 등이 그것이다. 특히 최근 미국에선 이른바 '환수 조항 (calwback provision)'이 많이 도입되고 있다. 이는 임원이 소기의 성과를 내지 못한 경우 본인이 받은 보수의 일부를 환수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으로 2010년 현재 이 규정을 채택한 기업이 82%에 달하고 있다.
임원 보수는 너무 높으면 사회적 위화감을 조성하거나 주주 이익을 침해한다는 비난을 받게 되고, 너무 낮으면 사적 이익을 챙기려는 도덕적 해이에 쉽게 빠질 가능성을 열어두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이 양면성을 극복하는 길은 결국 기업 경영의 투명성에 달려 있다. 투명한 기업 경영을 통해서만 사회와 이해관계자들의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