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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앤비전]WTO, TPP 그리고 AII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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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세계무역기구(WTO) 출범은 세계 경제에서 중요한 이정표였다. WTO는 단순하게 제조업 중심이던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 (GATT)의 한계를 극복해 농산물과 서비스를 포함시키는 데 그치지 않았다. GATT가 제2차대전 이후 전후 세계무역질서를 상징했다면 WTO는 1991년 소련 연방 체제 붕괴 이후 유일무이한 G1이 된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질서의 선언이었다.

그러나 WTO 체제는 여기에서 성장을 멈췄다. WTO 체제 출범 이후 중국, 인도 등 신흥국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의 갈등이 커졌기 때문이다.
다자간 무역 규범인 WTO 체제가 새로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채 표류하자 각국은 개별행동에 나섰다. 바로 양자 간 협상인 자유무역협정(FTA)이다.

여기에 가장 발 빠르게 대처한 나라가 바로 한국. 2004년 한ㆍ칠레 FTA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50여개국과 15개의 FTA를 맺었다. 그러나 양자 간 FTA는 조만간 한계를 드러낼 전망이다. FTA가 세계도처에서 확산되면서 별다른 차별적 이익을 누리기 어려워지자 전 세계가 다자간 FTA 시대에 본격 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메가 FTA다. 바야흐로 전 세계 도처에서 지역경제 블록인 메가 FTA가 생겨나면서 세계시장은 지역 중심의 거대 경제 블록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추세다.

우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은 미국과 일본의 주도로 12개국이 참여하는 경제협정으로 참여국들의 국내총생산(GDP)을 모두 합치면 세계 GDP의 37%나 된다. 원래 미국의 중국 포위전략으로 시작됐지만 앞으론 메가 FTA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TPP를 통해 주도권을 회복하고,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 도하라운드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무역질서로 발전시켜 주도권을 회복한다는 구상이다.
또 다른 메가 FTA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은 중국을 필두로 한국, 일본 그리고 아세안 10개국이 참여하며 올해 협상 타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태경제협력(APEC)은 중국의 주도하에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FTAAP)로 판을 키우는 중이며 참가국 인구가 30억명에 이르는 초대형시장이다. 또한 유럽 미국 간의 범대서양무역동반자협정(TTIP), 아시아판 EU라는 아세안경제공동체(AEC) 등이 숨 가쁘게 타결을 서두르고 있다. 한마디로 메가 FTA 춘추 전국 시대다.

미국이 주도하는 TPP와 중국이 주도하는 RCEP와 FTAAP가 엄청난 힘을 발휘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지역경제블록이 단순히 경제적 이익을 취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재 최강국인 미국과 미래의 최강국 중국 간의 헤게모니 쟁탈전의 양상을 띠고 있다는 점. 이는 지난 3월 말 보하오 포럼에서 중국의 시진핑 국가 주석은 일대일로(一帶一路)의 개념을 골자로 한 아시아 운명 공동체를 건설하겠다고 나서면서 공식화됐다.

이를 위해 아시아 인프라투자은행(AIIB)를 설립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나왔다. 중국이 금융은 AIIB, 무역은 FTAAP와 RCEP를 거느림으로써 미국이 금융은 IMF, 무역은 GATT와 WTO를 거느리는 체제를 본 따 미래 중국의 체제를 구축한 셈이다. 미국의 견제에도 동남아는 물론 유럽국가들마저 중국주도의 AIIB 가입을 선언함으로써 중국의 리더십을 받아들였다. 이에 맞서 미국은 올해안으로 TPP 타결을 서두르는 두 강대국 간의 힘겨루기는 격렬해지는 모습이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볼 때 블록경제하의 세계는 전쟁 등 대부분 좋지 않은 결말을 남겼다는 점이 편하게 바라볼 수만은 없는 것 같다. 특히 강대국 사이의 힘의 균형이 바뀔 때마다 그 사이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쓰라린 역사적 경험을 갖고 있는 한국으로선 무역질서의 변화에 대해 느끼는 강도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이럴 때일수록 무역에 의존해 살아가야 할 한국으로선 자유무역의 확대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일관성 있게 행동하는 것만이 불필요한 오해도 사지 않는 길이자, 생존 방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최성범 우석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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