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은 여야가 본회의를 열기로 합의하기로 한만큼 논란이 되고 있는 공무원연금법은 처리하지 못하더라도 다른 법안들은 처리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반대로 야당은 원내대표간 합의사항을 언급하며 지난 4월 임시국회가 파국으로 갔음에도 불구하고 시급한 현안 처리를 위해 본회의를 열었는데 여당이 딴소리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측이 이처럼 이견을 보인 것은 지난 10일 여야 원내대표의 합의문에 대한 해석 차이 때문이다. 당시 합의사항에는 ' 5월 12일(화) 오후 2시 국회 본회의에서 소득세법, 지방재정법,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등 법안들을 처리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합의 직후 논란이 됐던 부분은 바로 '등'에 관한 부분이었다. 3개 법 외에도 추가로 법안을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했는지에 관심이 몰린 것이다.
하지만 양측간에는 '등'에 대한 해석이 서로 달랐다. 국어사전에는 '등(等)'에는 두 가지 뜻이 담겨 있다. 첫째는 '그 밖에도 같은 종류의 것이 더 있음을 나타내는 말'로 쓰는 경우다. 이 경우는 언급된 단어 외에도 추가로 비슷한 종류가 더 있음을 뜻한다. 가령 '정신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 통신비밀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 등 16건이 발의됐다'와 같은 용법이다.
10일 여야 합의사항은 오해의 소지가 있는 애매모호한 표현이 사용된 것이다. 합의안은 보기에 따라 3+α개 법일 수도 있고 3개 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협상의 여지를 남기기 위한 애매함이 양측간의 감정의 골만 더욱 상하게 만든 것이다. 이같은 모호함은 결국 유-이 원내대표간 첫 번째 협상을 결국 망쳤다. 본회의를 마친 뒤 유 원내대표는 “오늘 임시회 본회의를 해서 법안을 세 개 처리하고 더 이상 처리하지 못한건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했고 이 원내대표는 “합의를 헌신짝처럼 내던져버렸다”며 “협상파트너로써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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