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국왕 美 초청 거부‥이란 핵 협상 '후폭풍'
[아시아경제 뉴욕=김근철 특파원] 이란 핵 협상의 후폭풍이 미국과 중동 맹방과의 관계를 흔들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델 알 주베이르 외무장관은 지난 10일(현지시간) 살만 국왕이 미국에서 열리는 미국-아랍 정상회의에서 불참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미국과 전통적 맹방 관계를 유지해온 사우디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백악관과 캠프 데이비드 별장에서 개최하는 아랍 정상회의에 불참키로 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더구나 사우디의 발표는 백악관이 살만 국왕이 아랍 정상회의에 참석할 것이라고 밝힌 이후에 나온 것이어서 더욱 눈길을 끈다. 사우디는 중동에서 수니파 국가의 맹주인 동시에 미국의 최우방국으로서 지위와 역할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최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시아파 맹주이자 사우디의 전통적 라이벌인 이란과의 핵 협상을 통한 관계복원에 나서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사우디는 특히 미국이 이란의 핵 개발을 일정 부분 용인하고 경제 제재 해제를 추진하고 나선 것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사우디는 최근 독자적인 원자력 개발 가능성을 언급하는 한편 프랑스등 다른 서구 열강과의 관계 강화를 공언하며 미국을 압박해왔다. 이번 아랍 정상회의에서도 오바마 대통령이 이란 핵 협상 과정을 설명하고 수용을 압박할 것으로 전망되자 참가 취소라는 초강수를 둔 셈이다.
이미 오만과 아랍에미리트연합 정상들도 건강을 이유로 미국에 불참의사를 밝혔다. 결국 이번 아랍 정상회담에는 쿠웨이트와 카타르만 국가 정상이 참석한다.
당초 오바마 대통령은 오는 13일부터 이틀간 걸프협력위원회(GCC) 회원국 정상들을 미국으로 초대해 이란 핵 협상 문제와 이라크와 시리아, 예멘 사태 등에 대해 광범한 이해와 안보협력 강화를 이끌어낼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같은 구상은 믿었던 사우디를 비롯한 중동지역 우방들의 사실상 보이콧으로 망신을 자초하게 됐다. 충격을 받은 백악관은 진화에 골몰하고 있지만 등을 돌린 사우디를 달랠 뚜렷한 묘책을 찾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다.
뉴욕=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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