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업체 대리점 공사놓고 책임공방 "4400만원 짜린데…"
[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국내 굴지의 토털 인테리어 업체 대리점에 실내 공사를 맡겼다 '날림 시공'으로 피해를 입은 소비자의 사연이 전해지면서 여론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부실공사 책임을 둘러싼 소비자와 대리점 업주간 공방은 결국 법정으로 번졌고, 본사는 당사자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일단 물러선 상태다.
◆ "엉망진창 인테리어, 생활 망가져" = 주부 임정혜(가명·36)씨는 지난 3월 경기도 파주에 있는 한 H업체 대리점에서 4400만원 규모의 인테리어 공사를 계약했다. 타지역에서 이사를 온 임씨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기업의 대리점이기에 수천만원에 달하는 비용을 선뜻 지불하고 대규모 시공을 맡겼다.
그러나 공사를 진행한 이후 임씨의 생활은 지옥으로 변했다. 3월 2일 시작된 공사의 완료 시한은 열흘 후인 12일이었지만 대리점에선 이런저런 이유로 마감을 하루이틀 미뤘고 결국 임씨는 18일이 돼서야 입주를 했다. 공사가 늦었지만 깨끗한 집에 입주하게 됐다는 임씨의 기대는 내부를 목격한 순간 산산히 깨졌다.
거실과 화장실, 주방 등 시공을 맡긴 곳 중 어느하나 멀쩡한 곳이 없었다. 임씨는 코팅된 마루를 주문했지만 일반 바닥재가 깔렸고 '깨부심 시공'을 하기로 했던 화장실은 '덧방 시공'으로 돼 있었다고 주장했다. 화장실 타일 줄눈도 모두 깨져 한 눈에 보기에도 간격이 맞지 않았다. 제대로 마감이 되지 않은 벽면에서는 정체 불명의 흰 벌레들이 기어나왔다.
방 3곳에 시공한 벽지는 모두 튿어졌고, 한쪽 방은 벽지를 바를 때 콘센트를 가려놔 벽지를 뜯고 사용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붙박이장과 문, 몰딩 필름작업도 엉망이었다. 작업한 곳 대부분에 기포가 생겨 울퉁불퉁하고 일부는 접착이 제대로 안돼 떨어져 나가기도 했다.
주방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냉장고 문이 열리지 않게 시공해 둬 다시 작업을 해야했고 이에 업체는 추가 수리비를 요구했다.
임씨는 "엉망으로 시공된 집을 확인하고 어이가 없었다"며 "공사를 진행한 후 재보수를 요구하고 업체의 무성의한 태도에 대응하느라 생활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지경"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하지만 대리점 사장 권모씨는 오히려 임씨를 고소했다. 잔여 공사대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는 것. 임씨는 보수 작업이 제대로 된 이후 잔금을 치르겠다고 했지만 권씨는 사건을 법정으로 가져갔다. 당초 임씨가 치르기로 한 비용은 4400만원이었고 이 중 착수금과 공사 시작일에 지급한 2450만원을 제한 잔금은 1950만원이다.
그러나 고소장에 적힌 공사대금은 추가 보수비용 등을 포함해 5040만원으로 불어나 있었다. 임씨는 "고소를 하면 대응에 지친 소비자가 어쩔 수 없이 잔금을 치르고 물러 설 것이라 생각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날림공사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람을 어떻게 고소까지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 업자 "법대로 한 이유있어"vs소비자 "무책임한 행태"= 상황이 점점 악화되자 임씨는 H사 본사를 찾아갔다. H사 간판을 내걸고 영업을 해 온 대리점인만큼 본사에서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러나 H사 본사는 대리점과 해결을 해야할 사안이라며 뚜렷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돌파구를 찾지 못한 임씨는 권씨의 소송에 대응하기 위해 하자보수 및 손해배상 청구를 제기한 상태다.
이에 대해 임씨의 집을 수리한 대리점 사장은 일부 부실 시공이 있었던 점은 인정하지만 소송으로 갈 수밖에 없었던 사정이 있다고 반박한다. 권씨는 "시공 부분에서 말끔하지 못했던 부분이 있었던 것은 인정한다"면서 "하지만 공사를 들어가기로 확정한 후 추가된 부분이 있었고, 이를 보강하는 과정에서 지연됐고 이 과정에서 임씨가 강압적으로 각서를 쓰라고 종용해 그에 날짜를 맞추다보니 마무리가 깨끗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권씨는 이어 "냉장고 문이 열리지 않았던 것도 도면상으로는 확인을 받았던 부분이고 바닥재도 전시된 샘플을 보고 선택한 것이기 때문에 임의적으로 바꾼 것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소송을 제기한 부분에 대해서는 잔금을 먼저 치르고 추가 공사를 하자고 제안하면서 이행보증보험 등으로 증명을 해주겠다고 했지만 이를 거절당했다고 주장했다.
권씨는 "잔금 지급을 여러차례 거절당하는 상황에서 소송 말고는 다른 대안이 없었고, 4년 가까이 이 지역에서 장사를 해오면서 소비자를 돈으로만 취급했다면 영업을 할 수 있었겠느냐"고 항변했다.
H사 본사 측은 해당 집 공사에는 일부만 자사 제품이 사용됐고, 해당 제품 공사는 본사 인력이 투입돼 문제없이 끝났기 때문에 양측의 합의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H사 관계자는 "대리점주는 본사와는 별개의 독립 사업자로 운영되고 있으며 점주가 다른 회사 대리점을 동시에 운영하는 경우가 많아 한 회사의 제품만을 사용하지는 않는다"며 "자사에서 납품하는 제품에 대한 시공은 본사 인력이 나가 별 문제없이 완료했고, 대리점주가 그 외적으로 공사한 부분에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H사 측은 부실시공으로 지목된 화장실이나 벽지 등은 모두 자사 제품이 아니며 부엌의 경우에도 설계도면으로 인해 생긴 문제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H사가 대리점 방식을 통해 제품을 공급하고 이익을 얻었다면 사업주의 시공능력을 어떤 방식으로든 검증했어야하며, 이로 인해 문제가 발생했다면 관리 책임에서 벗어나기 힘들다고 지적한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임씨의 피해 사례를 접한 한 네티즌은 "대리점주가 H사 브랜드 파워를 이용해 영업을 하고 그로 인한 이익을 얻은 것을 공유하고 있는 시스템인데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겠느냐"며 "H사의 이름을 보고 시중 업체보다 웃돈을 더 주고서라도 맡기는 것인데 알아서 하라는 식의 대응은 무책임하다"고 지적했다.
임씨는 "공사 전 이 대리점이 H사와 계약된 곳이 맞는지까지 확인했고 안심하고 공사를 해도된다는 답변을 들었는데 문제가 생기니 '대리점주와 해결할 부분'이라고 주장하는 행태가 이해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임씨는 권씨가 H사 본사에서 영업업무를 하다 퇴사한 후 대리점을 열었다는 점도 본사의 안이한 대응에 일정부분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H사 측은 "대리점주가 임씨에게 500~600만원 상당을 보상하겠다고 제안했지만, 임씨가 800만원을 요구해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고있다"고 말했다.
또 "본사에서도 소비자와 대리점주를 중재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오히려 본사가 과도하게 개입할 경우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우선은 합의를 이룰 수 있도록 하고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임씨는 "권씨가 공사 지연에 대한 보상금으로 300만원을 제시해 와 이로 인한 추가 이사비용과 짐 보관료, 재입주 청소비용 등을 포함해 500만원을 요구했었다. 이 중 200만원은 공기 연장으로 하루 50만원씩을 보상해 주기로 했던 것"이라며 "권씨가 제안한 것은 공사 지연에 대한 보상금이었지 전체에 대한 합의금이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임씨 측 변호인인 최은영 변호사는 "H사가 대리점 영업을 통해 이익을 얻고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소비자 피해 발생에 대해서도 중재에 나서거나 일부 책임을 져야 하는게 맞다"며 "유사 소송의 판례상으로는 아직 업체 본사 쪽에 유리한 구조로 돼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책임과 의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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