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고민 많으면 아무것도 못해" vs "금융위, 두더지 잡기 게임 생각나"

[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구채은 기자] 지난달 인기를 모은 안심전환대출의 이면에는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의 협업이 자리하고 있다. 금융위가 안심대출 추가 출시를 단행한 것은 자금줄인 주택금융공사에 대한 한은의 추가 출자가 예정돼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미시(금융위)와 거시(한은), 금융(금융위)과 통화(한은)를 맡는 양 기관의 행보는 1%대 초저금리 시대에 금융 소비자와 실물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양 기관의 협업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유다. 그렇다면 한은과 금융위는 서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1인칭 화법으로 그들의 속내를 들어봤다.
  
<#10_QMARK#>금융위가 바라본 한은은?


<#10_AMARK#>가끔씩 너무 조심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답답할 때도 있고. 이렇게 하자고 하면 저것을 걱정하고, 저렇게 하자고 하면 이것을 걱정한다. '이러다 날 새겠다'는 생각이 든 적도 한 두 번이 아니다.

안심대출만 해도 그렇다. 2차 출시를 결정하자 '돈 나갈 곳이 또 생겼다'고 걱정이다. 2017년까지 정부와 한은이 주택금융공사(주금공)에 4000억원을 추가 출자하기로 결정했고, 이에 근거해서 2차 출시를 결정한 건데도 그렇다. 우리는 지르는 아빠, 한은은 돈 주는 엄마 같은 곳 아니겠느냐. 서로 파트너인 점은 분명하다.


지를 땐 질러야 한다. 한은을 보고 있자면 좌고우면(左顧右眄)이란 말이 자꾸 떠오른다. 2013년 회사채 신속인수제를 추진할 때 망설이는 모습을 보고 답답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기업들은 죽는다고 난리인데 "긴급한 사안은 아닌 것 같다"고 하니 말이다. 거시에 묻혀서 시장을 잘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시장과 맞닥뜨리면 하나부터 열까지 고민할 시간이 없다. 상황에 따라 정책을 내놓고 부족한 점은 보완하며 꾸려가면 된다. 한은은 무결점을 원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촌각을 다툰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정책은 없다.
  
한은을 이해못할 바는 아니다. 기준금리라는 큰 칼을 휘두르려면 한은처럼 진중해야 한다. 이번 안심대출이 이렇게 흥행을 거둔 것도 직전에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낮춘 덕분 아니겠는가. 보면서 역시 한은의 영향력이 크구나 하고 생각했다.

돌 다리도 두들기는 한은이 우리에게 브레이크 역할을 해준다는 점도 인정한다. 발권력을 지닌 한은은 저렇게 큰 틀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생각도 든다. 돈 주는 쪽이 아낌없이 퍼주면 쓰는 쪽에서는 낭비하게 될 게 아닌가. 가끔 우리가 외풍에 밀려 포퓰리즘적 정책을 내놓을 때면 한은이 딴지를 걸어줬으면 할 때도 있다. 금융정책을 만들다 보면 자금 부분은 자칫 크게 신경쓰지 못할 때도 있는데, 그럴 때마다 이론에 강하고 객관적인 한은의 역할이 크다.
  
어찌됐든, 역사상 초저금리 시대에는 한은과의 협업이 매우 중요하다. 올 들어 한은과 함께 가계부채협의회를 꾸린 것도 그래서다. 중앙은행의 협조 없이는 어떤 금융정책도 반쪽짜리일 수밖에 없다. 냉철한 '남산골 샌님'을 자주 만나려 한다.


<#10_QMARK#>한은이 바라본 금융위는?


<#10_AMARK#>"저거 두더지 잡기 하는거 아냐?" 요즘 금융위가 쏟아내는 여러 정책들을 보며 의뭉스럽다. 두더지 잡기 게임이 생각난다. 두더지 출몰 속도가 빨라질수록 한마리를 때려잡을 때 놓치는 두더지는 더 많아진다. 그래도 정신없이 방망이를 치니 때려잡는다는 느낌은 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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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심대출도 그렇다. 당장 급한불은 껐지만, 형평성 문제와 도덕적 해이 문제가 남았다. 우린 주택저당증권(MBS) 물량 탓에 채권금리가 뛰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정부정책이 만능 해결사일까? 모든 정책이란게 득(得)과 실(失)이 있다. 긴 시계를 보고 득과 실의 무게를 따져 실이 크거나 애매하면 보류하는 편이다. 그런데 금융위는 "일단 해결해야지"하고 정책을 내놓고는 그에 따른 문제점은 "나중에 생각해"라고 미룰 때가 많다. 금융위는 많은 정책제정과 집행 권한이 있고 그게 잘게 부서져 있다. 그래서 종종 갑질이 심하고, 잔펀치가 많다는 생각도 든다. 금융위의 파워가 부러울 때도 있지만 정부정책 따라 왔다갔다하고 조직의 불안정성이 큰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밖에서 보는 것만큼 금융위와 사이가 나쁜 것은 아니다. 우리 부총재가 금융위원회 당연직 위원으로 참석하고, 총재와 위원장과의 신임이 두터운 편이다. 환율과 거시경제문제가 얽혀 있는 기재부나, 공동검사 문제가 묶여 있는 금감원만큼 코웍할일이 많진 않지만 금융안정과 관련해선 업무가 묶일 땐 같이 일해야 한다.
  
추진력도 부럽다. 금융위 공무원들이야 법률을 제정하고 고칠수 있는 권한이 있으니 뭐든 해도 적극적이다. 가끔 내지르는 듯하지만 방향이 아닌것 같으면 급선회도 할 수 있다. 2008년 금융위 설립 당시만 해도 초 에이스가 간다던 재경부(현 기획재정부) 금융정책국맨들이 지금 금융위로 간 것 아니던가.
  
앞으로 금융위와 손을 잡아야 할 때도 많을 것 같다.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가 만든 경기대응완충자본제도 국내도입방안과 관련해 우리의 '분석능력'과 금융위의 '추진력'이 팀웍을 이뤄야 할 것 같기 때문이다. 적극적이고 추진력 있는 '세종로 일벌레'라면 언제든 환영이다.


이승종 기자 hanarum@asiae.co.kr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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