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배, 재보선 화려한 재기..야권 재편 핵 부상
친정 복수·호남정치 복원 선언..호남지역 신당 만들수도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4·29 재·보궐선거의 하이라이트는 천정배 전 법무장관의 화려한 재기다.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그의 국회 복귀는 친정에 대한 복수, 호남정치 복원, 더 나아가 야권 재편의 중심축이라는 복합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천 의원의 승부수는 지난 2월 말 새정치연합 후보 출마 거부와 뒤이은 탈당선언이었다. 천 의원은 지난해 7·30 재·보선에서 광주 광산을 지역구 출마를 신청했지만 당이 공천에서 배제하면서 독자 출마를 틈틈이 노렸다.
무소속으로 출마한 그가 내세운 것은 높은 인지도와 재야인사를 중심으로 한 인적 네트워크였다. 재·보궐선거에서는 조직력이 승패를 가른다는 게 정석처럼 됐지만 천 의원은 이 같은 공식마저 깼다. 특히 "제1야당에 회초리를 들겠다"며 새정치연합에 등 돌린 민심을 파고든 전략이 주효했다.
천 의원의 국회 복귀는 야권 원조 소장파의 부활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1996년 정계에 입문한 뒤 정동영 전 의원, 신기남 의원과 함께 정풍운동을 펼치면서 '천신정'으로 불리기도 했다.
이후 열린우리당 창당 과정에서 공신 역할을 했고 17대 국회에서는 원내대표로 국가보안법 폐지안 등 이른바 '4대 개혁입법'을 추진하기도 했다. 18대 국회에서는 미디어법 강행처리 때 의원직 사퇴까지 선언할 정도로 강한 투쟁노선을 걸었다. 이후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경선에서 박영선 의원에게 패하면서 야인생활을 시작했다. 19대 총선에서는 자신의 지역구인 경기도 안산을 떠나 서울 송파을에 도전장을 내밀었으나 낙선했고 지난해 7·30 재·보선에서는 광주 광산을에 공천 신청한 후 당의 배제방침으로 신청을 철회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호남정치 복원'이라는 천 당선인의 캐치프레이즈와 새정치연합과의 악연으로 인해 천 의원이 호남 정치지형 뿐 아니라 야권 전체를 뒤흔드는 핵심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 중심은 호남에서의 신당 창당이 될 가능성이 높다. 신 의원은 30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내년 총선까지는 광주에서 '뉴 DJ(새로운 김대중)'들, 참신하고 실력 있고 국민을 섬기는 인재들을 모아서 비전 있는 세력을 만들겠다"며 향후 계획을 밝혔다. 또 "기존의 새정치민주연합과 경쟁할 수 있는 구도를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새정치연합을 포함한 야권 내에서 재편 움직임이 드러나지 않겠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수면 아래로 잠복했던 계파 갈등의 뇌관이 다시 터질 수도 있는 건데, 결과적으로 지난해 재·보선 공천 배제가 새정치연합에 부메랑으로 돌아온 셈이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광주 서을의 천정배 당선은 야권 재편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천 의원 당선으로 야권 전체가 혼돈으로 휩싸일 가능성이 높은 반면 여당은 이번 선거에서 수도권을 싹쓸이하며 위치를 더욱 공고히 했다.
인천 서·강화을과 경기도 성남 중원에 각각 당선된 안상수 의원과 신상진 의원은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이미 선거운동기간 동안 각종 지지율 조사에서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특히 야당과 가장 어려운 싸움이 될 것으로 예상했던 서울 관악을에서의 승리는 더욱 의미가 깊었다. 관악을은 1988년 소선거구제가 도입된 이후 27년간 보수 정당에서 국회의원을 단 한 차례도 배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신환 의원의 당선은 당내에서 '기적'으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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