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호황에 여의도 '북적북적'…증권맨 "생기가 돈다"
[아시아경제 이정민 기자] #10년차 증권맨 김수영(가명)씨는 요즘 즐겁다. 퇴근 무렵이면 서로 술을 사겠다는 분위기다. 사무실을 나서면 여기저기서 하이 톤의 건배사가 들린다. 송년회 때나 가봤던 비싼 술집들은 예약을 해도 한두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늦은 퇴근을 지적하는 아내의 잔소리도 성과급을 얘기하면 쑥 들어간다. 동료들 사이에선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유행이 됐다. 최근 몇 년 중 지금 여의도 분위기가 가장 좋다는 김씨다.
초저금리시대를 맞아 갈 곳 없는 자금이 주식시장에 몰리면서 그간 우울한 표정이던 여의도 증권맨들의 얼굴에 생기가 돌고 있다.
그동안 꿈도 꾸지 못했던 회식도 잦아져 증권사 간 회식자리 예약 '눈치작전'도 펼쳐지고 있다. A증권사 직원은 "평소에 텅텅 비던 식당이 20분을 기다려야 들어갈 수 있다"면서 "여기저기 둘러봐도 전부 와이셔츠 차림의 직장인들"이라고 말했다. 언제 봤을지 까마득한 어깨동무 '떼창'(합창)도 최근 들어 종종 보인다는 설명이다. 주식시장 호황이 여의도 상권도 살린 셈이다.
시장 호황에 흥청거리는 분위기가 늘었지만 이 분위기를 즐기지 못하는 증권맨들도 적지 않다. B증권사 대리는 "최근 들어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영업이 많아져 늦게까지 근무하는 경우가 많다"며 "영업하느라 동료 얼굴도 못 보는 경우도 잦다"고 설명했다. 그래도 성과급이 늘어나니 고된 근무가 마냥 버겁지만은 않다.
주식시장에 불이 붙으면서 C증권사는 계획했던 전직원 단체행사도 잠정 연기했다. 회사 관계자는 "단합차원에서 처음으로 진행하려던 전직원 행사를 일단 보류했다. 내부에서 '이럴때 일해야 하지 언제하느냐'라는 목소리가 있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주변 분위기도 달라졌다. A증권사 과장은 "주식이라면 거들떠보지도 않던 친구가 어떤 종목을 사야하는지 묻는다"면서 "주식에 대한 관심이 전반적으로 많아졌다"고 말했다.
여의도가 들썩이고 증권사 직원들이 바빠진 것은 사람들이 너도나도 주식투자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2일 주식시장 거래 대금은 5조6173억원이었으나 이달 8일 10조2913억원으로 배 가까이 늘었다. 보통 일평균 거래 대금이 2조원 정도 늘면 전체 증권사의 연간 수수료 수익이 약 1조원 정도 늘어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수수료 수익 증가는 곧 증권사 직원들의 성과급 상승으로 이어진다. 다음달 1분기 실적이 공개돼야 성과급 수준을 알겠지만 먼저 실적을 공개한 증권사들을 통해서 어느정도 가늠할 순 있다. 지주계열인 하나대투증권과 신한금융투자 직원들은 1분기 호실적에 이른바 '대박'을 쳤다.
하나대투증권은 지난 1분기 42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했다. 지난해 1분기 당기순익은 130억원에 불과했다.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해도 100억원 이상 순익이 늘었다. 그룹 연결 당기순이익 대비 비중도 지난해 8%선에서 10% 이상으로 높아졌다.
신한금융투자 역시 1분기 순익이 488억원으로 전년대비 82% 급증하며 5년만에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그룹 연결 당기순이익 대비 비중이 지난해 5%에서 올해 8%까지 늘어나면서 증권사들의 순익 기여도가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 증권사 직원은 "1분기 영업이 워낙 좋다보니 이번 분기에만 지난해 번 것을 다 벌었다는 소리도 나오고 있다"면서 "회사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올 1분기 증권업계의 실적이 좋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올해 내내 이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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