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앤비전]골반장기탈출증도 맞춤 치료 필요

이사라 교수

보통 옛날 어른들이 '밑 빠지는 병'이라 불렀던 골반장기탈출증은 자궁과 질, 방광, 직장을 지지하고 있는 골반 바닥부위의 근육 약화로 인해 뱃속 장기가 아래쪽으로 쏠려 돌출돼 나오는 질환이다.

50세 이상에서 골반장기탈출증인 여성이 생각보다 많은데, 골반장기탈출증인 여성은 자주 화장실을 찾게 되고 소변을 봐도 시원하지가 않다. 또한 아래쪽으로 무겁고 당기는 느낌과 함께 밑에 뭔가 달려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처음에는 질병이라는 생각보다는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해 참고 지내는 사람들도 점차 골반 내 장기들이 질을 통해 밀려나오면서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겪게 되고 결국 산부인과를 찾아 골반장기탈출증이라는 진단을 받게 된다.

골반장기탈출증도 다른 질병들과 같이 조기 발견과 치료가 중요하다. 일찍 병원을 찾았다면 국소적인 여성호르몬 치료와 골반근육 강화 운동요법으로 어느 정도 효과를 볼 수 있지만 3ㆍ4기 이상 진행된 경우는 수술을 고려해야 할 상황이 된다.

여성의 골반장기, 즉 방광, 자궁, 직장은 골반저근이라는 해먹 같은 구조물 위에 놓여 있는데, 이러한 골반저근이 약해지고 복압이 증가하는 경우에 골반장기탈출증이 생긴다.

골반장기탈출증의 발생과 가장 중요한 요인은 임신 및 분만, 노화, 폐경이며 이외에 비만이라든지 기침을 많이 하는 상황, 즉 천식, 알러지, 만성 기관지염, 기관지확장증 등이 악화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여성들이 일상생활에서 흔히 취하는 자세나 습관도 골반장기탈출증을 유발할 수 있다. 쭈그려 앉은 자세로 걸레를 빨고, 꿇어앉아 걸레질을 많이 하고, 양손에 무거운 시장바구니를 들고 다니는 것도 골반저근에는 좋지 않다.

평소 생활습관 중에서 골반장기탈출증을 악화시키는 요인들을 교정하는 것이 중요하고, 질환이 생긴 경우에는 적극적인 치료를 고려해 일상생활뿐 아니라, 성생활의 만족도도 향상시킬 수 있는 선택을 하는 게 현명하다.

골반장기탈출증이 생겼다면 근본적인 치료는 수술이다. 마취가 가능한 상태에서는 수술로 치료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고 간혹 환자의 신체 상태가 마취나 수술을 견디기 힘든 경우나 여러 내과적 질환이 동반되어 마취 및 수술이 어려운 경우에는 도너츠처럼 생긴 페서리(Pessary)를 질 속에 집어넣어 탈출된 장기를 밀어 올려놓게 된다.

그러나 잘 맞지 않는 페서리를 사용하거나 관리가 잘 되지 않으면 질벽에 압박을 가하면서 지속적으로 질벽을 자극하기 때문에 질점막이 헐어 피가 나고 염증이 생기는 경우가 많고, 이 상태에서 치료를 소홀히 하고 주기적으로 병원에서 점검하지 않는 경우에는 누공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래서 마취가 가능한 환자라면 수술하는 것이 좋다.

모든 수술이 그렇지만 골반장기탈출증은 특히 수술을 잘 받는 것이 중요하다. 골반장기탈출증은 재발이 잘되는 질환이기 때문이다.

골반장기탈출증이 있다고 모두 같은 방법으로 수술하는 것은 아니다. 각 환자의 연령, 향후 출산 계획, 성생활, 동반 질환 등 골반장기탈출증 악화 요인의 정도에 따라 개인별로 환자의 만족도를 향상시키면서도 재발률이 낮은 수술 방법을 선택하게 된다.

이사라 이대여성암병원 부인종양센터 교수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