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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간 굿판 찾아다닌 민속학자의 무속 유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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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강 김태곤의 젊은 시절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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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강 김태곤 추모 특별전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무속 연구에 한평생을 내걸었던 어느 학자의 발자취를 살펴볼 수 있는 전시가 열렸다. 우리네 기층문화에 깔린 민속신앙 중 하나인 무속 관련 자료들이 한 곳에 모인 장이기도 하다. 민속학자 남강(南剛) 김태곤(1936~1996년, 전 경희대 교수). 그는 1960년대부터 35년간 전국 곳곳의 굿 현장을 답사하고, 말년에는 아시아 정신의 원형을 찾아 시베리아를 누빈 이다.
서울 경복궁 민속박물관에서 6월 22일까지 열리는 특별전에는 남강이 평생 수집한 무신도(巫神圖), 무구(巫具), 무복(巫服), 사진과 동영상 자료를 비롯, 그의 저작물과 연구 노트 등 300여점이 모였다. 그가 별세한 뒤 유족이 지난 2012년 민속박물관에 기증한 자료들 중 일부다. 전시된 그림 중에는 '삼국지연의도' 네 점이 복원돼 눈길을 끌고 있다. 이 중 두 점이 노르베르트 베버의 '고요한 아침의 나라'(1923년)와 안드레 에카르트의 '조선미술사'(1929년)에 도판에 실린 그림의 원본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네 점 모두 촉한의 장수 관우를 수호신으로 모신 동관왕묘에 걸린 그림으로 확인됐다.

이번 전시는 남강이 고등학생 시절 인천신보에 응모해 입선한 '오후의 기도'라는 시로 시작된다. 그가 문학도에서 민속학자로 무속을 연구하게 된 이유에는 우리 서사시에 담긴 무가(巫歌)를 만나며 한국 정신문화와 무속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깔려 있었다. 1991년 한 TV프로그램에 등장한 김 교수는 동해안 별신굿을 언급하며 "맹인들의 눈을 뜨게 해주는 의미로 '심청굿' 대목이 열리는 것을 보고 크게 놀랐다"고도 했다. 무속은 일제 시대 미신으로 탄압받아 광복 이후 연구자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대학시절부터 무속연구에 빠진 남강은 "대학에 가도 지도받을 선생이 없었다. 대학원마저 기대할 곳이 못되니 국립도서관에 다니며 민속과 종교에 관한 책은 모조리 닥치는 대로 더듬었다"고 했다.

남강은 '한국의 무신도' 등 저서 서른네 권과 '황천무가연구(黃泉巫歌硏究)' 등 논문과 글 200여 편을 남겼다. 그가 석사논문으로 발표한 '황천무가연구'는 망자의 혼을 달래고 보내는 의식을 연구한 내용으로, 당시 크게 각광받았고 학계ㆍ종교계에서 초빙돼 강연을 열기도 했다. 그는 무속과 관련, 학자로서 뿐만 아니라, 기획자로서도 일했다. 1970년대 원광대학교 재직 시 민속학연구소장 및 박물관장으로, 그동안 소장했던 무신도를 기증, 무속박물관을 개관하기도 했다. 이 같은 전시회 경험은 그가 1960년대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일할 때 당시 교수로 재직했던 조지훈 선생을 도와 전시와 박물관에 대한 안목을 갖게 된 것이 바탕이 됐다. 둘의 인연은 1965년 남강이 '한국신당연구'라는 논문을 발표한 계기로 시인이자 국문학자이면서 또한 민속학자로도 선구자였던 조지훈 선생의 부름을 받아 맺어졌다.
남강은 한국을 포함, 아시아의 정신을 무속을 통해 끈질기게 연구하며, '아크 패턴(arche-pattern)' 이론을 주창해 우리 문화를 보는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자연과 인간이 분리된 세계인 '코스모스'의 근원은 그 이전 인간과 자연이 미분화된 세계 즉 '카오스'로, 인간은 카오스와 코스모스 상태를 순환, 반복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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