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5000억달러가 터지면…

본원통화의 64%가 창고에 있는셈…은행대출로 풀릴 땐 부작용 우려

연준의 본원통화와 초과지급준비금 추이(자료:미 연방준비제도 홈페이지)

연준의 본원통화와 초과지급준비금 추이(자료:미 연방준비제도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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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씨앗 머니', '잠자고 있는 돈', '유동성 팽창의 밑거름'…


초과지급준비금을 지칭하는 말들이다. 중앙은행에 쟁여뒀지만 언제든지 빼 쓸 수 있다는 점에서 '씨앗 머니'라 부른다. 아직은 묶여있어 시중에서 통화팽창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기에 잠자는 돈이기도 하다. 은행이 마음만 먹으면 대출재원으로 쓰고, 이것이 통화량 확장을 불러올 수 있어 유동성 팽창의 밑거름이라고도 부른다.

'양적완화'라는 사상초유의 화폐실험이 끝났다. 연준의 금리 인상도 눈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양적완화의 유산으로 남아있는 문제들도 많다. 그 중 대표적인 것으로 거론되는 것이 '미국 초과지급준비금의 향방'이다. 잠자고 있던 초과지급준비금이 시중에 풀리면 무지막지한 유동성 팽창을 일으켜 하이퍼인플레이션(Hyperinflation)을 일으킬 수 있는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초과' 지급준비금을 이해하기 위해선 '지급준비금'이 무엇인지 부터 알아야 한다. 지급준비금은 중앙은행이 은행들의 예금인출에 대비해 예금액의 일정비율을 중앙은행에 맡기도록 강제한 돈이다. 예컨대 A은행이 1000만원의 예금을 받는 경우 115만원(한국 지급준비율 11.5%)의 지급준비금을 중앙은행에 예금해야 한다. 물론 더 많이 예금해도 된다. 우리나라는 이자를 주지 않지만 연준은 연 0.25%의 이자(초과지준부리, IOER이라고도 부른다)도 주니까 미국 은행 입장에선 맡겨둬서 나쁠게 없다. A은행이 지급준비금 115만원보다 더 많은 1000만원을 중앙은행에 예치했다면 이 중 885만원(1000만원-115만원)을 '초과지급준비금'이라고 부른다.

문제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연준의 초과 지급준비금이 천문학적으로 불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위기 전까지만해도 초과지급준비금은 잔고가 없었다. 중앙은행이 풀어낸 돈을 가지고 은행들이 기업과 가계대출을 일으키고 투자도 하면서 시중에서 활발히 자금을 활용했기 때문이다. 달랑 0.25%의 금리를 쥐어다주는 연준 창고에 덤으로 초과지급준비금을 맡길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Fed가 양적완화를 시작해 무차별적인 돈을 뿌리고, 어마어마한 돈이 마땅한 수요를 찾지 못하고 신용창출을 일으키지 못하면서, 시중은행들은 중앙은행이 찍은 돈을 받았다가 다시 중앙은행에 맡기기 시작했다.


22일 미국연방준비제도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3월 기준 연준에 쌓인 초과지급준비금은 2조5837억 달러다. 본원통화가 4조달러대임을 감안하면, 연준이 찍어낸 돈 중 64%가 다시 연준이란 창고에 흡수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미국 경제가 다시 살아나고 있는 시점부터다. 은행들은 이 돈을 대출 재원으로 쓸 것이고 이 돈들이 승수효과를 일으키면서 통화를 창출해내면, 미국에 '하이퍼인플레이션'이 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010년 출간된 '애프터 쇼크'란 책에서 미국 경제학자 데이비드 위더머는 "당분간은 통화공급 확대의 약발이 나타나겠지만 머잖아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라면서 "급증한 통화공급량은 지금은 은행과 연준의 초과지급준비금으로 잠자고 있지만 언젠가 이 돈이 시장에 풀려나오면 인플레이션이 뛰어 큰 충격을 줄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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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연준은 이 돈이 무지막지하게 풀리지 않도록 초과지급준비금에 주는 이자율인 초과지준부리를 인상해 돈을 묶어두거나, 지급준비율을 올려 초과지급준비금을 지급준비금으로 만드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반론도 있다. 초과지급준비금에 주는 이자율도 같이 올리면서 연준이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기 때문에 고물가가 올 것이란 우려는 성급하다는 것이다. 임형석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연준이 금리를 올리면 연방기금금리 목표치를 올려야 하고, 결국 초과 지준부리도 같이 올려야 시중에 늘어나는 통화량에 대응해 목표하는 기준금리 수준을 맞출수 있다"면서 "초과 지준 부리가 초과지급준비금을 묶어둘 수준만큼 올라가게 되면 연준에 쌓이는 초과지급준비금이 묶이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을 일으키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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