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선율과 오스만제국 오리엔탈리즘의 조화

오페라 '후궁으로부터의 도주' 연습 현장. 태수 젤림 역 디어크 슈메딩, 콘스탄체 역 박은주

오페라 '후궁으로부터의 도주' 연습 현장. 태수 젤림 역 디어크 슈메딩, 콘스탄체 역 박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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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온유 기자] "어떤 고문이 나를 기다린다 해도 괴로움이나 아픔을 비웃어 주겠습니다. 그 무엇에도 흔들리지 않겠습니다. 부디 불쌍히 여기고 용서해주십시오. (중략) 허나 당신께선 마음을 정하고 계십니다. 저는 어떤 고통도 받겠습니다. 자, 명령하고 호령하며 떠들썩하게 광분하십시오. 마지막은 죽음이 나를 자유롭게 합니다."


콘스탄체가 '고문의 아리아'를 부른다. 그녀는 해적에게 잡혀 터키의 태수 젤림에게 팔려온 처지다. 젤림은 콘스탄체에게 사랑을 고백하며 구혼한다. 하지만 약혼자 벨몬테와 영원한 사랑을 약속한 콘스탄체는 죽어도 지조를 지키겠다며 젤림을 거부한다.

모차르트 오페라 '후궁으로부터의 도주(Die Entfuehrung aus dem Serail)' 속 '고문의 아리아'는 콘스탄체의 불쌍한 처지를 나타내기도 하지만 그 곡을 부르는 소프라노에게도 고문과 마찬가지다. 화려한 꾸밈음이 이어지며 고난도의 테크닉이 요구되는 '콜로라투라'에서 소프라노 박은주(49ㆍ콘스탄체 역)는 능숙한 고음처리와 뛰어난 연기로 보는 이들을 사로잡았다.


"당케(Danke). 감사합니다."

연출가 김요나(49)가 1일 오후 예술의전당에서 진행된 국립오페라단 연습 현장에서 콘스탄체의 아리아가 끝난 뒤 인사를 했다. 국립오페라단은 16일부터 19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후궁으로부터의 도주'를 무대에 올린다. 이 작품은 독일 오페라이다. '징슈필(Singspeil)'이라 불리는 독일 오페라는 이탈리아 오페라와 달리 대사와 아리아 부분을 분리하는데 상대적으로 극적 긴장감과 속도감이 높다.


'후궁으로부터의 도주'의 배경은 터키다. 모차르트가 작품을 만든 18세기 후반 오스만 제국의 세력이 확장되면서 유럽에서 유행한 오리엔트 문화의 영향이다. 오페라 무대에 펼쳐진 오리엔탈리즘은 신선하면서도 낯설다. 그러나 김 연출은 신선함과 낯설음만이 '후궁으로부터의 도주'가 200년 넘도록 꾸준히 사랑받은 주요인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그녀는 "터키라는 장소는 관객의 상상력을 키워주는 한 부분일 뿐이다. 자비와 증오, 용기와 절망, 믿음과 불신으로 가득한 상호적 교류가 주요인이다. 이번 오페라에서는 무엇보다 시공간을 초월해 인간이 가지는 감정의 굴곡, 캐릭터 사이의 갈등에 집중했다"고 했다.


연출가의 말처럼 등장인물은 평면적이지 않고 입체적이다. 콘스탄체에게는 용기와 함께 두려움이 있다. 콘스탄체를 구출하기 위해 건축기사로 위장한 벨몬테 역시 마찬가지다. 벨몬테 역을 맡은 테너 김기찬(39)은 "스토리상으로 보면 정의롭고 콘스탄체를 구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알고 보면 소심한 A형 남자다. 음악이 세심하며 소심하다. 테너로서 화려함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벨몬테의 콘스탄체 구출을 방해하는 문지기 오스민도 그렇다. 콘스탄체의 하녀 블론데를 좋아하는 그는 포악하면서도 그녀에게만큼은 애교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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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궁으로부터의 도주'는 '가장 모차르트다운 오페라'로 불린다. 음악의 색채는 섬세하면서도 화려하고 벨몬테는 모차르트와 비슷한 성격으로 그려지며 콘스탄체는 모차르트가 가장 사랑한 여인의 이름과 같다. 이번 무대는 독일 오스나브뤼크극장 음악 총감독을 맡은 안드레아스 호츠(34)가 지휘한다.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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