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2015]①수습기자들이 본 2015년 취업분투기
청년 실업률이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역대 최고 수준을 돌파했습니다. 통계청은 18일 2월 청년실업률이 11.1%에 달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청년 실업자 수가 100만명을 훌쩍 넘어서 사회 문제로 떠오른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2015년 현재 우리나라 20대 인구는 약 660만 명입니다. 20대 청년의 6명 중 1명은 취업을 못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해가 바뀔 때마다 올해 취업시장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뉴스가 반복되지만 상황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취업은 단순한 밥벌이의 문제가 아닙니다. 특히 청년 실업은 개인의 문제를 떠나 당장 내 가족의 문제이기도 하고 사회 전체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취업 재수생은 '보통 명사'가 된지 오래고 청년들의 인생은 비정규직이라는 터널에서 헤맬 뿐입니다.
아시아경제는 치열한 취업 전선에서 갓 탈출한 수습기자들의 눈을 통해 취업준비생들의 눈물겨운 분투기를 다뤄보았습니다. 취업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온갖 수단을 동원할 수밖에 없는 천태망상을 독자 여러분들도 함께 겪어보시길 바랍니다.(디지털뉴스룸)
안녕하세요. 이번 기사를 기획한 아시아경제 16기 수습기자들입니다. 어느덧 시간은 흘러 2015년 상반기 기업 공채가 시작됐습니다. 우리는 그저 매년 반복되는 뉴스처럼 청년 실업의 심각성을 되새김질 하려고 이 자리를 빌린 것은 아닙니다. 바로 불과 세 달 전까지 우리가 직접 체험한 눈물겨운 젊은이들의 취업 방랑기를 풀어내고자 나선 것입니다. 우리만이 아니라 앞으로도 취업이라는 굴레를 벗어내지 못할 대한민국 젊은이들의 자화상에 대한 기록입니다.
기사란 근본적으로 생생한 삶의 기록입니다. 2015년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청년들의 삶을 그래서 조명해보았습니다. 더 이상 남이 아닌 취준생 '보통'씨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취준생 '보통'씨의 구직수난기
◆ 취직하려고 뭐까지 해봤니? = 취업 준비에 지친 어느 날 근처 자취생들의 회식자리. 술집의 TV에서는 취업의 현실을 풍자하는 프로그램이 나온다. 취업을 하기위해 히말라야를 등반했다는 농담 같은 이야기다. 옆 자리에 앉은 한 친구는 "야, 저런 경우처럼 스펙을 쌓기 위해 별짓을 다하는 사람들이 실제로 있더라."며 말문이 막히는 표정을 지어냈다. 그 말에 보통씨는 뜨끔했다. 부끄럽지만 자신도 그런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자기소개서(자소서)를 포장하기 위해 일부러 막노동 경험을 했고 취업용 블로그도 운영하고 있다. 떨떠름한 내 표정을 본 동기는 오히려 날 위로한다. "우리도 면접관들에게 먹힐만한 스토리텔링을 채워야 하는 거 아니야?"
◆ 돈은 없고 쓸 곳은 많고! = 누가 보면 '토익중독증'인 줄 알거다. 그는 매달 토익을 신청할 때마다 한숨을 내쉰다. 목표로 한 점수를 획득하기 위해 매달 토익 시험을 치룬다. 토익 시험을 한번 볼 때마다 드는 비용은 4만2000원. 요즘 필수인 토익스피킹은 7만7000원에 달한다. 그런가 하면 요새는 필수로 따야만 하는 자격증이 몇 개 있다. SSAT(삼성적성고사)에서 가점을 주는 한자 자격증은 물론이요. 공기업 지원시 가점을 얻는 한국사 자격증은 말할 것도 없다. 게다가 최근 중국어 자격증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따고 있다. 그러다보니 들어가는 돈이 장난이 아니다. 학원비 들어가지, 스터디라도 하려면 스터디 룸 사용비에 커피 값 등등 그야말로 돈이 줄줄 새는 느낌이다. 자소서에 부착하는 증명사진 값도 무시하기 어렵다. 일부 의욕이 넘치는 취준생의 경우 개인적인 컨설팅까지 받는 실정이니 '은수저'를 물고 태어나도 힘들 지경이다. '금수저'도 턱이 없을 것이다.
◆ 입사서류 7번 지원하면 6번 탈락… 합격률 14%에 불과 = “안타깝지만 제한된 인원으로 인해…”, “귀하의 출중한 능력에도 불구하고…”, “귀하의 건승을 빕니다.” 얼마 전 서류 지원한 회사로부터 온 이메일이다. 보통씨는 “모실 수 없게 되어 유감입니다.” 라는 마지막 문장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공채 시즌이 오면 우후죽순처럼 뜨는 기업공채 공고. 그때마다 보통씨는 ctrl+c(복사), ctrl+v(붙여넣기)를 눌러가며 자소서 항목을 채우기 바빴다. 그가 해당 기업의 인재상에 적합한 사람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서류전형을 통과하기 위해 기업의 인재상에 자기 자신을 맞출 뿐이다. 그래도 결과는 다르지 않다. 그는 걱정한다. "면접은 볼 수 있을까?"
◆ 면접에서 탈락 후 거울에게 물어본다. "외모 때문은 아니겠지?" = 면접에서 떨어졌다. 한 번, 두 번 떨어질 때마다 많은 생각이 든다. 더 이상 갖출 스펙도 없다. 기업분석은 이미 현직자 수준이다. 그런데 면접에만 가면 줄줄이 낙방이다. 그는 늘 면접 전에 우황청심환을 먹는다. 긴장을 극복하는 자기 통제도 능력이 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합격 통지를 받을 때마다 그는 거울을 바라보며 묻는다. "설마 외모 때문은 아니겠지?" 그런 자조적인 질문을 스스로 던진 뒤 허탈하게 웃는다. 그러다 자신도 모르게 '외모도 스펙이다'라고 쓰인 성형외과 배너광고를 누르고 있었다.
◆ 눈치 때문에, 경력을 위해서, 생존을 위해서 알바는 필수다 = 대학생 신분을 벗어난 지도 오래됐다. 그래도 학생 때는 학생이라는 이유로 선배들에게 얻어먹기도 했고 부모님에게 당당히 용돈도 받았다. 이제는 용돈을 아껴야 한다. 구질구질하게 1000원, 2000원에 벌벌 떤다. 이런 생활도 점점 힘에 부친다. 집에서 부모님의 눈치를 보며 손을 내밀기가 갈수록 어렵다. 하기야, 요즘은 경험을 위해 일부러라도 아르바이트를 한다는데. 그는 아르바이트를 찾기로 결심했다. 경력을 위해서, 생존을 위해서.
원다라 기자 supermoon@asiae.co.kr
이종희 기자 2papers@asiae.co.kr
임온유 기자 immildnes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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