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임금 정체와 가계부채에 가로막혀 소비심리가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작년 국민들이 사용한 신용카드 금액을 분석해보면 노래방, 유흥업과 같은 오락산업은 물론 골프 레저비, 교육비의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긴축소비 중 화장품 구입이나 인터넷쇼핑비, 항공비 등 개인의 행복을 위해 소비를 하는 모습도 보였다. 고령화와 1인가구 증가에 따른 소비패턴 증가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작년 국민들이 사용한 '소비유형별 개인 신용카드' 사용액 현황을 기반으로 김아경씨의 1년 소비생활을 구상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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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구채은 기자] 서울 중계동에 사는 김아경씨(42세)는 국세청 연말정산시스템을 통해 작년 신용카드 사용 내역을 보고 아연실색했다. 작년 5월 내 집 마련 이후 빚 부담에 긴축소비를 한다며 지출처를 줄였지만 사용액이 5년전보다 15% 늘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작년 3월 집 주인이 전셋값을 5000만원 올려달라고 하자 고민 끝에 5월 1억8000만원을 대출받아 내 집을 마련했다. 원리금을 제하고도 대출 이자만 매달 50여만원을 더 내야 했지만 2년 후 또 전세 스트레스를 받느니, 차라리 내 집을 마련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매달 가계부에 50여만원이란 대출 이자가 새롭게 추가된 만큼 기존 소비는 최소화 시키기로 맘 먹고 최대한 '긴축소비'를 했다고 자부했다.

결과는 의외였다. 김씨는 어금니를 악물고 올해부턴 허리띠를 졸라매기로 다짐했다. 그는 합리적인 소비를 위해 지난 5년 동안 신용카드로 긁은 돈이 어디로 나갔는지부터 조사했다.


알게 모르게 새는 돈이 많은게 문제였다. 홈쇼핑 및 인터넷쇼핑으로 들어간 돈이 5년새 360만원에서 540만원으로 51% 늘었고 작년 갑작스럽게 암 진단을 받은 시아버지 병원 진료비 부담에 의료비도 같은 기간 300만원에서 900만원으로 뛰었다. 실제 한국은행의 '소비유형별 개인 신용카드' 사용액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 신용카드 사용액 중 홈쇼핑과 인터넷판매로 나간 돈도 36조6700억원으로 5년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일반병원비로 긁은 신용카드 사용액은 9조6698억원으로, 5년 전보다 42%가 증가했다.

김씨가 휴가비용으로 쓴 돈도 만만찮았다. 여름휴가를 위해 다른 레저 유흥비는 최소화시켰지만 항공비용으로 쓴 카드 사용액은 5년전 보다 40만원이 증가한 220만원이었다. 이 역시 작년 국민들의 신용카드 소비행태와 비슷하다. 지난해 1년 동안 우리 국민이 항공사에 쓴 신용카드 소비액은 32조910억원으로 5년래 최대치를 기록했고, 여행사와 렌터카에 쓴 돈도 1조2484억원으로 2010년 이후 최대치를 보였다.


화장품 비용이 늘어난 것도 의외였다. 김씨가 작년 1년동안 화장품에 쓴 비용은 15만원으로, 5년 전보다 2만원이 증가했다. 김씨 처럼 작년 우리 국민이 화장품 구입액으로 쓴 신용카드 사용액은 3조3337억원으로, 5년 전보다 14% 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역시 5년 만에 최대치다. 불황에 화장품 매출이 뛴다는 통설과도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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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긴축 소비 여파가 그대로 묻어난 곳도 많았다. 당장 남편은 취미생활인 골프부터 줄였다. 남편이 작년 골프 비용으로 쓴 카드액은 30여만원. 전년 수도권 근교 골프장을 5번 갔지만 작년에는 지방 퍼블릭 골프장을 3번 찾았다. 김씨 처럼 우리 국민이 작년 골프장에서 긁은 신용카드 사용액은 2조808억원으로 조사됐다. 4년만에 최저치 수준으로 떨어졌다.


긴축소비에도 가계 살림이 펴지지 않자 마지막 보루로 여겼던 아이의 학원비도 줄 인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의 교육비로 쓴 카드액은 308만원, 5년 전보다 24만원을 줄었다. 가계 지출을 줄일 곳을 찾다 결국 과학 방과후 수업을 그만둔 영향이 컸다. 아경씨처럼 작년 한 해 학원비를 줄인 국민들이 많았다. 학원비 신용카드 사용액은 9조1730억원으로 5년전보다 8%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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