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하는 돌봄가족들…'극단 선택' 막을 지원 절실"
돌봄필요한 장애인 늘어나지만 책임은 가족에게 전가..."상담프로그램 등 심리적 지원 필요"
[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1. 지난 8일 서울시 영등포구의 한 아파트. 이곳에서는 박모(42)씨가 정신지체장애인인 형(43)을 살해한 뒤 옥상에서 투신해 숨졌다. 30년 전 아버지를 잃은 박씨는 어머니(68)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며 초등학생 시절부터 형을 돌봐왔다. 그러나 최근 어머니가 파킨슨병(Parkinson's Disease) 증상을 보이면서 심리적 부담을 느껴왔다는 것이 주변의 전언이었다.
#2. 뇌질환으로 장애를 얻은 남편을 10여년 째 부양하고 있는 주부 이모(49ㆍ여)씨. 이씨의 남편은 장애로 인해 극심한 우울증ㆍ편집증세를 보이고 있어 이를 감내해야 하는 이씨 역시 스트레스가 적지 않다. 그는 "남편이 겪는 정서장애를 혼자서 감당해야 하니 나 역시 감정기복이 심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며 "지역 정신보건센터 등을 찾아가 봤지만 별다른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장애인을 돌보는 '돌봄가족'들이 부양의무가 주는 부담감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장애인 돌봄과정에서 극심한 부담감을 겪는 돌봄가족들을 위해 사회안전망 강화와 함께 심리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용개발원이 지난해 발표한 '2014 장애인통계'에 따르면 2013년 기준 등록 장애인구는 250만1112명으로 10년 전인 2003년 145만4215명에 비해 약 100만명 가량 증가했다. 이 중 돌봄이 필요한 중증장애인(장애등급 1~2급 및 3급 지체장애인 포함)은 81만4880명으로 조사됐다.
이렇듯 장애인은 증가한 반면, 아직까지 대부분의 돌봄노동은 가족들에게 전가 돼 있는 상황이다. 실제 서울시 복지재단이 2011년 시 거주 등록장애인 중 만 20세이상의 발달장애인(지적ㆍ자폐장애인 등)을 부양하는 가족 5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발달장애인 1인에 대한 돌봄 기간은 평균 34.4년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 하루평균 돌봄시간이 9시간 이상이라고 답한 가족도 47.7%에 달했다. 장애인 가족구성원이 있는 경우 생애주기의 상당한 시간을 가족들이 책임져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이로 인한 부양가족의 경제적ㆍ심리적 부담도 상당한 수준이다. 같은 조사에서 돌봄가족의 89%는 경제적 부담을 실제로 느끼고 있었으며, 심리적 부담을 느끼는 경우도 91.8%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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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여전히 돌봄 가족에 대한 심리적 지원수준은 미흡한 상황이다. 발달장애인 부모들을 위해서는 최대 6개월까지 진행되는 상담프로그램이 전국 차원에서 마련돼 있지만, 여전히 이 범위를 벗어난 돌봄 가족들은 별다른 심리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장애인 부양부담에 시달리고 있는 돌봄가족들을 위한 심리지원이 더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장병철 한국장애인부모회 경기도지회 사무국장은 "발달장애아동 부모를 위한 심리지원서비스 역시 직접 찾아가야 하는데다 부모들이 알려지길 꺼려한다는 문제가 있어 개선될 필요가 있다"며 "또 부모 외 돌봄가족들이 적지 않은데, 이들에게도 적절한 심리지원서비스가 개방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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