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람회 사건 피해자 전원 국가배상 받지 못해…소멸시효 6개월, 민법 일반기준보다 엄격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대법원이 반인륜적 국가범죄와 관련한 국가배상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판결을 다시 한 번 내놓았다.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김창석)는 '아람회' 사건 피해자 박해전씨 등 6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소송을 각하했다고 4일 밝혔다. 따라서 아람회 피해자 전원은 국가배상을 받지 못하게 됐다.

아람회 사건은 광주민주화운동 진상을 알리는 활동을 하던 박씨 등이 1981년 7월 대전경찰청 소속 수사관들에게 강제 연행된 뒤 고문과 가혹행위, 불법구금 등의 피해를 입은 사건이다.


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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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박씨는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과거사정리위)'는 고문에 의한 자백을 받은 사건이라고 판단했고, 법원은 재심 끝에 박씨 등에게 '무죄' 판결을 내렸다.

박씨 등은 불법구금 기간에 따른 손해배상 위자료 청구 소송을 냈고, 1심과 2심은 국가가 박씨 등에게 각각 4억~7억원에 이르는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원고들은 2001년경 광주민주화보상법에 따른 관련자로 결정돼 구금보상·생활지원금 등의 보상금을 수령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광주민주화보상법에 따른 보상금을 지급받았으므로 '재판상 화해'가 성립돼 별도의 손해배상 소송은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각하 결정을 내렸다. 대법원은 과거 국가기관의 불법구금, 가혹행위, 고문과 이에 따른 수형시설 복역 등으로 피해를 입은 이들에 대한 국가배상에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는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앞서 대법원은 광주민주화운동 관련 피해자가 제기한 손해배상 사건에서 과거사정리위로부터 피해를 인정받은 지 6개월을 넘겨 소송을 제기했다는 이유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판결을 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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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법의 일반적인 소멸시효는 3년이지만 국가범죄 피해자 손해배상은 6개월 시효정지 기준을 적용했다. 중요한 국가범죄는 소멸시효를 두지 말아야 한다는 게 국제적인 인권 기준으로 제시되고 있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이와 역행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아람회 사건 피해자들은 "반인륜적 범죄 공소시효 배제조약이 유엔 총회에서 1970년 11월11일 발효됐다"면서 "(이번 판결은) 국가가 약속한 과거청산의 대의를 짓밟는 폭력"이라고 비판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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