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그대''왔다 장보리'…그녀가 찜하면 드라마가 뜬다
이정은 기업은행 문화콘텐츠금융부 과장 쪽집게 투자
작년 200억 투자 8%대 고수익률 기여
문화와 금융사이 윤활유 역할, 뼛속까지 '콘텐츠 전문가'
[아시아경제 조은임 기자]"드라마는 저수익저위험 상품, 영화는 고수익고위험 상품이죠. 영화는 관객이 돈을 지불하고 콘텐츠를 선택해야 매출이 발생하지만 드라마는 시청률로 흥행이 측정됩니다. 드라마는 매출 구조만 잘 잡혀 있으면 리스크는 훨씬 적습니다."
기업은행 문화콘텐츠금융부에서 드라마 투자를 담당하고 있는 이정은 과장은 영화와 드라마 투자의 차이를 매출 구조로 설명했다. 영화는 흥행이 가능한지가 투자의 관건이지만 드라마는 자막광고나 협찬이 매출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이를 눈여겨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 과장은 방송진흥원과 콘텐츠진흥원을 거치며 해외투자, 애플리케이션 개발 등을 담당해온 '콘텐츠 전문가'다. 그런 그가 2012년 기업은행에 입사한 것은 문화콘텐츠금융부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이 과장은 이곳에서 금융권과 콘텐츠 업계 사이의 '통역사'를 맡고 있다.
"금융권과 콘텐츠 업계 사람들은 사용하는 언어부터 다릅니다. 은행 사람들은 자금의 흐름이나 재무제표 등 숫자와 관련된 것을 물어보죠. 반면 콘텐츠 업계는 숫자에 약합니다. 우리는 그 사이에서 협업의 실질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윤활유 역할을 합니다."
그동안 기업은행이 투자한 영화와 드라마 중에는 '대박'이 적지 않다. 영화는 '명량' '군도' '관상' '신의 한수' '국제시장' 등이 대표적이다. 드라마도 '힐러' '트라이앵글' '왔다 장보리' '별에서온그대' 등이 높은 시청률로 흥행에 성공했다. 지난해 총 200억원을 투자했는데 수익률은 8%에 이른다. 실질금리가 1%대인 지금 투자자들의 귀를 솔깃하게 하는 얘기다.
이 과장은 '흥행 가능성'만으로 투자를 결정짓지 않는다. 드라마 투자를 할 때는 작가가 1순위다. 그는 "작가에 따라서 연출자와 제작자가 결정되는 것은 물론 방송사 편성도 달라진다"며 "좋은 작가에 따라 좋은 배우들을 차지하기 유리한 입지에 서게 된다"고 설명했다.
문화콘텐츠 분야는 기업은행 입장에서도 쉽지 않은 도전이다. 2012년 부서 설립 이후 지금껏 금융권에서는 유일무이하게 투자를 지속해오고 있다. 지난해 권선주 행장이 취임한 이후에는 더욱 힘이 실렸다. 권 행장은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문화콘텐츠금융부가 문화와 금융의 융합이라는 색다른 도전에 성공을 거둔 배경에는 구성원간의 '융합'도 한몫했다. 콘텐츠 업계에서 온 이 과장과 더불어 영화제작사, 창투자 출신의 실무진들과 은행 내 공모를 통해 선발된 관리자급 직원 등 총 12명이 이곳에 속해 있다. 12명 중 6명은 콘텐츠 금융을, 나머지 6명은 콘텐츠 투자를 담당한다.
이 과장이 콘텐츠 업계에서 쌓은 10여년간의 경력은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그는 "방송 3사에 편성될 수 있는 드라마를 제작하는 곳은 10~20개"라며 "제작사들과의 관계를 유지하다 보면 어떤 작가와 계약을 맺고 있고 방송사와 편성 협의를 할 수 있는지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귀띔했다.
콘텐츠에 대한 투자는 대출과 간접투자, 직접투자를 섞은 포트폴리오를 짜는 데서 비롯된다. 물론 투자작품을 결정짓는 시나리오 검토 회의는 앞서 이뤄진다. 간접투자는 출자자로서 투자조합을 결성해 투자를 하는 것을 말하고, 직접투자는 직접 프로젝트를 검토해 투자를 결정짓는 것을 뜻한다. 기업은행의 콘텐츠 직접 투자는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그가 각별히 기억하는 투자사례는 '트라이앵글'이다. 방송사 편성과 작가, 출연배우가 긴박하게 결정이 됐는데 자금조달이 이뤄지지 않았다면 제작이 어려웠을 것이라고 회고했다. 최근 종영한 '힐러'는 누가 봐도 '대박감'이었지만 경쟁작을 잘못 만나는 불운을 맛봤다.
문화콘텐츠금융부는 올해 300억원을 투자한다. 투자영역도 공연으로까지 확대한다. 드라마 투자도 JTBC나 TVN과 같은 종합편성채널 작품까지 넓힌다. 이 과장은 "올해는 뮤지컬과 콘서트와 같은 공연으로 투자를 확대하기로 해 현재 투자작품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는 중"이라며 "드라마의 경우에는 이전 지상파 위주에서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종편채널까지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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