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와 '검은 거래'한 정옥근 前 해군참모총장 기소
방산비리 합수단 출범이후 최고위급 출신 재판 넘겨
[아시아경제 박준용 기자] STX그룹으로부터 수억원대 대가성 뇌물을 받은 정옥근(62) 전 해군참모총장이 구속기소됐다.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장)은 17일 군함의 핵심 장비 납품 대가로 수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정 전 총장을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정 전 총장은 4성(星) 장군 출신으로, 지난해 출범한 방산비리 합수단이 기소한 인사 가운데 최고위급이다.
검찰에 따르면 2008년 정 전 총장은 아들 정씨의 부탁으로 국제관함식에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받던 요트행사를 끼워 넣었다. 또 이 주관사로 아들이 운영하는 '요트앤컴퍼니'를 선정하도록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회사는 사실상 뇌물을 받기 위해 설립된 곳으로 행사 주관사로 선정되기 직전에 매출이 전무했고 법인 계좌 잔고도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합수단에 따르면 정 전 총장은 전 해군작전사령관 출신 윤씨를 통해 해군함정 사업 수주를 추진하던 STX그룹의 강덕수 회장에게 요트앤컴퍼니에 대한 후원금 10억 원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정 전 총장은 STX 그룹 실무자가 이 돈의 지급을 빨리 진행시키지 않자, 강 회장에게 "국제관함식에서 대통령이 탑승하는 군함에 동승하게 해 주겠다"고 설득하거나 "해군참모총장인 내가 직접 얘기했는데 STX에서 해줘야 하는 것 아닙니까. 앞으로 사업을 할 생각이 있습니까"라며 압박하는 등 후원금 지급을 독촉한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강 회장은 영업에 차질을 빚을까 우려해 STX계열사인 STX조선해양에서 3억 8500만 원, STX엔진에서 3억 8500만원 등 합계 7억7000만원을 요트앤컴퍼니에 지급한 것으로 검찰 수사결과 드러났다. 이 돈은 3억여원 가량만 요트행사 경비로 활용되고 나머지는 정 전 총장 아들의 사업자금과 생활비 등으로 쓰인 것으로 알려졌다.
후원금을 받은 정 전 총장은 2008년 10월 국제관함식 당시 대통령이 탑승한 군함에 해군 함정사업 관련 방산업체 관계자로서는 유일하게 강 회장을 동승시킨 것으로 밝혀졌다. 이후 STX그룹은 차기 호위함 1번함 디젤엔진 2기를 70억여 원에, 유도탄 고속함 10~18번함에 장착될 디젤엔진 18기를 735억여원에 수주했다. 또 차기 호위함 방산업체로 지정됐다.
한편 이날 정 전 총장이 뇌물 받은 통로로 활용된 요트앤컴퍼니를 운영한 정 전 총장의 아들 정모(36)씨과 전 해군대령 유모(59)씨도 재판에 넘겨졌다. 또 STX그룹 사외이사로 뇌물을 정 전 총장 측에 건네는 역할을 한 전 해군작전사령관 윤모(66)씨도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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