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남친 성폭행범으로 몰았던 여성 1억1000만원 배상금 판결
[아시아경제 온라인이슈팀] 남자친구의 이별 통보에 분개해 성폭행범으로 무고하고 증거까지 조작한 여성이 피해자에게 1억원이 넘는 배상금을 물게 됐다.
12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6부(이은신 부장판사)는 서모(38.여)씨에게 무고를 당해 형사 재판을 받으며 수년간 피해를 본 A씨가 서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고 밝혔다.
서씨는 사법시험을 준비하던 A씨와 2002년 온라인채팅을 통해 만나 1년여간 사귀다 A씨가 2차 시험을 위한 준비를 해야한다며 이별하자고 하자 A씨가 자신을 성폭행했다며 무고하고 증거를 조작했다.
서 씨는 2002년 10월 인터넷 채팅사이트를 통해 사법시험을 준비하던 A씨를 알게 돼 이듬해 3월 연인 사이가 됐다.
그러나 같은 해 11월 A씨가 "사법시험 2차 준비에 전념하려 하니 그만 헤어지자"고 말했다.
이에 앙심을 품은 서 씨는 2004년 2월 A씨를 형사처벌 받게 할 목적으로 "A씨가 자신을 방에 감금하고 흉기로 위협해 두 차례 성폭행했다"는 거짓말을 꾸며 고소했다.
그러나 검찰은 "A씨가 서 씨를 성폭행했다는 증거가 없다"며 '혐의 없음'으로 처분했다.
서 씨는 검찰에 다시 항고하자 검찰은 서 씨와 A씨가 연인관계였는지 다시 조사하기 시작했다.
서 씨는 두 사람이 연인 사이로 함께 홍콩에 여행을 간 적도 있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A씨의 증거를 반박하기 위해 '자신은 홍콩에 간 적이 있지만 A씨를 피하려고 마카오로 건너갔다'는 거짓말을 지어내고 이를 입증하기 위해 여권을 위조했다.
서 씨는 영문으로 된 마카오 이민국 명의의 출입국 도장을 가짜로 만들어 자신의 여권에 찍고 홍콩에 갈 때에도 항공권을 자신이 따로 예매한 것처럼 이메일 문서를 만드는 등 위조 수법을 행했다.
서 씨는 또 A씨가 자신의 나체 사진을 찍고 이를 빌미로 협박해 돈을 뜯었다는 거짓말도 꾸며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A씨가 쓴 것처럼 서명을 꾸며 돈을 받았다는 영수증을 위조하기도 했다.
서 씨는 법정에서도 거짓 증언을 계속했다. 결국 법원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고 무고와 증거조작이 탄로 난 서 씨를 2007년 12월 기소했다.
A씨는 3년여간 재판을 받은 끝에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확정받고 "수사와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심대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며 2009년 서씨를 상대로 위자료 3억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그 사이에 서씨는 무고·모해위증·사문서위조 등 혐의로 기소돼 7년여간 재판을 받았고 이달 초 유죄 판결로 징역 2년6월을 선고받았다. 서씨는 앞서 5차례나 법관 기피 신청을 하고 법원에서 보낸 재판 기일 통지서 수령을 거부하는 등 재판 절차를 일부러 지연시켰다.
A씨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맡은 민사 재판부는 서씨에 대한 형사 재판 결과를 지켜보느라 소송을 접수한 지 5년여 만에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피고가 원고를 처벌받게 할 목적으로 거짓 증거를 조작하고 법정에서 위증을 함에 따라 원고가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임은 명백하다"며 "피고는 원고의 정신적 고통을 금전으로나마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위자료 액수는 9000만원으로 결정됐다. 재판부는 "A씨가 3년 가까이 수사와 재판을 받으면서 심각한 불안과 고통을 느꼈을 것이고, 자신의 꿈과 사법시험을 포기해야 했다. 가족들까지도 커다란 피해를 봤다"고 판결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피고가 당시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던 점 등은 고려됐다.
재판부는 위자료 9000만원과 함께 A씨가 소송부터 판결까지 4년6개월간 연이율 5%로 책정한 이자 2000만원을 더해 총 1억1000여만원을 물어주라고 명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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