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전 열린 '불법채증규탄' 기자회견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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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서울 구로에서 진행된 '세월호관련'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을 불법으로 채증한 사진.

지난해 8월 서울 구로에서 진행된 '세월호관련'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을 불법으로 채증한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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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경찰이 마구잡이식 채증을 저지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합법적인 집회 시위에도 불구하고 기자로 사칭한 경찰이 카메라로 몰래 집회 참가자들을 찍는가 하면, 수사 종료 후에는 사진을 삭제토록 돼 있지만 모두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최근 개정된 채증활동규칙은 경찰에게 더욱 유리한 내용으로 바꿔 무분별한 채증을 더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시민단체인 인권단체연석회의 공권력감시대응팀이 4일 오전 서울 정동 민주노총 15층 교육원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한 경찰 채증 사진 자료에는 지난해 5월과 8월 세월호 관련 집회와 지난달 쌍용차 해고자 정리해고 철폐를 위한 오체투지 집회 모습이 불법적으로 채증돼 찍혀 있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 오체투지참가자는 "합법적으로 집회신고를 내고 실시한 시위에도 늘 이렇게 감시카메라가 돌고 있다. 카메라 자체가 집회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주고 있다"며 "투쟁하는 노동자들에게는 늘 불법 딱지가 붙는다. 재판에서는 이런 사진들을 빌미로 수백만원의 벌금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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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스스로 만든 채증활동규칙이 무차별적 채증을 더욱 조장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대법원은 수사목적의 촬영에 대해 원칙적으로 법원의 영장에 의해야 한다는 전제를 두고 있다. 다만 영장 없는 촬영은 '현재 범행이 행하여지고 있거나 행해진 전후'이고, '증거보전의 필요성과 긴급성'이 있는 경우에 한해서만 예외적으로 허용할 수 있다는 요건을 제시한 바 있다. 지난해 4월 국가인권위원회도 경찰청장에게 대법원 판례에 준해 채증규칙을 개선할 것을 권고했었다. 그러나 지난달 20일 발표된 경찰채증활동규칙 개정 내용을 보면, 기존에 '불법 또는 불법이 우려되는 상황'으로 규정돼 있는 요건을 '불법행위 또는 이와 밀접한 행위'로 여전히 모호한 기준을 내세운 것은 물론 의무경찰도 채증요원이 될 수 있게 변경됐다. 또 긴급한 경우에는 채증활동을 구두지시로 시행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호중 서강대학교 교수(민주주의법학연구회)는 "채증규칙은 정부조직의 직무규정일 뿐 법적효력이 없다. 채증은 명백한 초상권 침해행위이자 기본권 침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이 교수는 "경찰 자체의 내부규정에 의해 채증활동을 하다보니까 어디서 얼마나 찍고 있는지 찍은 사진을 어떻게 관리하는지 전혀 알 길이 없다. 사실상 시민들에 대한 '사찰' 자료로 활용할 가능성도 농후하다"며 "경찰의 채증요원 및 채증장비에 대한 엄격한 관리와 통제가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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