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특수 사라지나… 연말정산 이어 성과급도 줄었다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연초부터 기업과 개인의 지갑이 굳게 닫혔다. 경기침체와 소비부진이 장기화되면서 대부분의 기업들은 성과급을 줄이는 등 긴축경영에 돌입했고, 개인들은 '13월의 추징세'가 된 연말정산 충격으로 잔뜩 위축된 모습이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대부분의 기업이 올해 연초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거나 지급 규모를 크게 줄일 것으로 파악됐다. 수년간 실적 악화가 지속된 데다가 올해 경영 여건도 녹록치 않아 긴축경영에 나서면서다.
삼성그룹이나 LG그룹의 경우 반도체, 스마트폰 등 일부 성과가 좋았던 사업부를 제외하고는 지난해 수준이거나 예년보다 줄어든 성과급을 지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인 고임금 업종으로 부러움을 샀던 정유업계의 경우 지난해 사상 최악의 실적을 기록, 일제히 임금마저 동결했다.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정유 4사는 성과인센티브(PI)나 생산성 격려금(PS) 등 각종 명목으로 지급하던 성과급을 올해는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백화점, 홈쇼핑, 마트 등 유통업계 역시 예년보다 성과급 규모를 줄이거나 아예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성과급 미지급은 연말 정산으로 불거진 세금 폭탄과 맞물리면서 최대 성수기인 설을 앞두고 소비심리를 더 얼게 하고 있다. 담배값 인상 등 일부 물가상승 소식까지 맞물리면서 닫힌 지갑은 좀처럼 열리지 않고 있다.
의류, 생활용품에 대한 지출 뿐 아니라 식탁에 올릴 식음료 관련 비용까지 줄이는 추세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연말정산이 시작된 지난 15일부터 21일까지 일주일간 전사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8.7% 감소했다. 과일(-19%), 축산(-19.2%), 수산(-17.8%), 가공식품(-45.8%) 등 식재료부터 디지털가전(-22.9%), 가정용품(-13.2%) 등 생활용품까지 매출이 줄었다.
연말 정산 전 구매했던 고가의 제품에 대해 결제를 취소하는 상황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패션 전문 쇼핑몰 아이스타일24(www.istyle24.com)에 따르면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고가의 겨울 의류 구매 취소율이 전주 대비 31% 증가했다. 1만원대 저가상품의 매출은 전주 대비 60% 늘었다.
관련업계는 실적을 만회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백화점의 경우 올해 신년세일 매출이 기대에 못 미치자 웨딩페어 등의 행사를 앞당기는 등 실적만회에 나섰다.
롯데백화점은 23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올해 첫 웨딩페어를 진행한다. 현대백화점도 겨울 마감 행사를 보름 가량 앞당겼다. 신세계백화점은 설 대목의 매출을 선점하기 위해 다음달 2일부터 진행되는 설 선물세트 본 판매 행사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업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소비심리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태홍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담배가격 인상이 소비심리에 큰 영향을 준 데다가 연말정산이 '13월의 추징세'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소비심리가 얼어붙고 있다"면서 "게다가 명절을 대비하려는 주부들의 소비 결정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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