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외환 통합' 180도 입장 바꾼 신제윤..왜?
[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최근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 문제와 관련해 노조와의 합의가 없어도 통합을 승인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는 통합 승인의 전제 조건으로 '노사 합의'를 강조해 온 기존 입장을 180도 뒤집은 것이다.
신 위원장은 지난 12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해 "작년 7월 이후 노사합의를 6개월 동안 기다려왔는데 더 이상 기다릴 시간이 없다"며 "이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노사 간 합의 없이 통합 신청서를 제출해도 처리할 것이냐'는 모 국회의원의 질문에 "그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노사가 조기통합에 대한 합의를 조속한 시간 내에 이끌어 내주길 촉구한다"고 답했다.
이같은 신 위원장의 발언은 지난해 7월 하나금융이 하나-외환 은행의 통합을 추진하겠다고 나선 이후 일관되게 밝혀온 '노사합의 후 통합'이라는 기존 입장과는 크게 변화된 것이다. 당시 신 위원장은 "노조와의 합의를 전제로 (통합이) 추진돼야 한다"고 했고, 3개월 뒤인 10월 국정감사에서도 "(5년 독립경영 보장 내용을 담은)2·17 합의서는 지키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한 바 있다.
이처럼 신 위원장이 입장을 급선회 한 것은 통합 논의가 지지부진한 하나지주와 외환은행 노조에 대해 대화를 통한 합의를 촉구하는 동시에, 성과가 없을 경우 통합승인 신청이 들어오면 이를 받아들이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무리한 요구를 내걸면서 협상 자체를 지연시키는 외환은행 노조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가 강하게 담겼다는 것이 금융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무기계약직 전원을 6급 정규직으로 즉시 전환하고, 이에 준하는 급여와 승진 기준을 적용해 달라는 외환은행 노조의 요구가 지나친 측면이 없지 않다"며 "(신 위원장의 발언)이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가 아니겠냐"고 지적했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아빠, 이제 전화하지 마세요"…Z세대 5명 중 3명 ...
신 위원장의 '최후통첩'에 외환 노조는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김근용 외환은행 노조위원장은 신 위원장 발언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대화기구 발족 논의를 중단하고 곧바로 본협상에 들어갈 것을 하나금융지주에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에 하나금융은 "늦은 감이 있지만 노조가 대화에 나서기로 한 것을 환영한다"고 답했다. 신 위원장의 압박용 카드가 어느정도 먹힌 셈이다.
다만 노사가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아 최종 합의가 이뤄지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하나금융은 외환은행 노조와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면 이달 내 독자적으로 금융 당국에 통합승인신청서를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외환은행 노조와의 추가적인 대화가 필요하다는데 입장을 같이 하고 아직까진 신청서를 접수하지 않았다. 그러나 금융위가 오는 28일 정례회의에서 예비인가 신청서를 승인할 방침을 밝힌 상황이어서 늦어도 다음주 안에는 신청서가 접수될 것이란 관측이 높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