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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주말 마트공룡의 '부활'…전통시장 더 추워졌다

최종수정 2014.12.17 15:55 기사입력 2014.12.17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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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십리 현대시장·용답동 상가시장 직접 가 보니…"상생 의지 있나"

▲서울시 동대문구 답십리 현대시장 전경

▲서울시 동대문구 답십리 현대시장 전경


[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먼저 상생하자고 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위법이라니요. 전통시장 상인들로서는 뒤통수를 얻어 맞은 듯한 기분이죠."

"맞벌이 부부로 주말에 대형마트들이 쉬면 불편한 점이 많아요. 상인들에게는 미안하지만 그간의 불편함을 생각하면 잘된 것 같습니다"

12일 서울고등법원이 대형마트 의무휴무일 지정·영업시간 제한 관련 소송 항소심에서 '위법' 판결을 내리며 유통업계의 손을 들어줬다. 소송 상대였던 서울시 동대문·성동구의 상인들은 계속되는 경기침체에 이어 또 다른 악재를 만났다며 울상을 짓고 있다.

한낮의 기온이 영하 4도를 밑돌았던 16일 오후 동대문구 답십리 현대시장. 저녁 찬거리를 준비해야 하는 시간이었지만 갑작스레 몰아친 한파 때문에 시장 통에는 손님들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추위 탓에 상인들은 두꺼운 옷과 방한도구를 입고 고객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인근 주택가·아파트 단지의 주민의 발걸음은 뜸한 편이었다.

상인들은 강추위보다는 법원의 판결이 몰고 올 또 다른 한파가 더 걱정스러운 표정이었다. 혹여 이번 판결로 대형마트 의무휴일 지정제도가 폐지되면 이따금씩 누리던 주말 특수도 물 건너간다는 불안감이 커 보였다.
현대시장에서 잡화상을 운영하고 있는 서모(62·여)씨는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이 '나눠 먹기'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마트 휴무일이 사라지면 타격이 적지 않을 것"이라며 "예전처럼 주말이 '대목'인 것은 아니지만 마트가 쉬는 날에는 매상이 20% 가까이 오르곤 했는데 이젠 그마저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인근의 한 상인도 "길 건너 마트가 일요일에도 매일 영업을 하게 되면 아무래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동대문·성동구 관련 서울고법의 판결은 옛 유통산업발전법에 대한 것으로 신(新)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규제를 적용하고 있는 동대문구에선 당장 영업재개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그러나 성동구지역의 경우 옛 법에 따라 대형마트에 규제를 적용하고 있어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낼 경우 영업 재개가 속개될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성동지역 상인들의 불안감은 더 높은 상황이다.

이날 저녁께 찾은 성동구 용답상가시장 상인들에게서도 이 같은 불안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청과물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김모(55·여)씨는 "의무휴무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위법 판결이 나온 걸 보면 유통업체들이 상생 의지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자잘한 호박, 콩나물 들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데 그나마 주말 장사에서도 재미를 못 보게 됐다"고 씁쓸해했다.

반면 일부 시민들은 대형마트 휴무로 겪었던 불편이 해소되게 됐다며 이번 판결을 반겼다. 답십리 현대시장 인근에 사는 김소자(71·여)씨는 "집 바로 옆에 시장이 있지만 마트가 물건 질이 좋고 이용하기에도 편리해서 주로 대형마트를 찾는 편"이라며 "직장에 다니는 자녀들도 주말 휴업을 불편해 한 만큼 이번 판결이 잘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용답동에서 만난 주부 김은희(51·여)씨도 "시장 상인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맞벌이 부부에게는 마트만큼 편리한 곳이 없다"고 밝혔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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