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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아침]”내 자리에서 일어나야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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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백재현 뉴미디어본부장]
1955년 오늘 저녁 7시가 좀 못된 시각. 미국 앨러바마주의 주도(州都)인 몽고메리에 있는 엠파이어 극장 앞 버스 정류장. 백인 몇 명이 버스에 오르자 운전 기사는 일어나 앉아 있던 흑인 4명에게 뒤쪽으로 갈 것을 요구합니다. 백인 좌석과 유색인 좌석이 나눠져 있던 버스에 백인들의 자리가 부족하자 백인 좌석을 늘이려 유색인 좌석을 뒤로 밀어 냈던 것입니다. 앉아 있었던 흑인 3명은 아무 말없이 뒷자리로 이동 했습니다. 그러나 한 흑인 여성은 이를 거부합니다.

”내 자리에서 일어나야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요”
백재현 온라인뉴스본부장

백재현 온라인뉴스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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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 기사는 곧 경찰을 불렀고 그녀는 체포됩니다. 그녀의 이름은 로자 파크스였습니다. 이 일상의 작은 마찰이 세상을 바꿀 커다란 결과를 가져오리라고는 당사자들은 물론 버스 안의 승객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4일 뒤에 열린 재판에서 로자 파크스는 벌금 10달러와 재판 비용 4달러를 부담하라는 판결이 내려집니다. 버스에서 백인 승객에게 자리를 양보하라는 주(州)법을 어겼다는 것입니다.

그러자 흑인들의 쌓이고 쌓였던 불만이 터져 나오기 시작합니다. 버스 안타기 운동이 대대적으로 벌어졌습니다. 당시에는 버스 승객 대부분이 흑인들 이었기에 이 운동은 제법 영향력을 발휘 했습니다. 당초 로자 파크스의 재판 당일 하루만 벌이려 했던 버스 안타기 운동은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지휘로 1년간이나 계속됩니다. 마침내 1956년 11월 13일 연방대법원은 로자 파크스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흑백 분리 버스 탑승 제도가 위헌이라는 판결이었습니다.
이 판결로 버스 안타기 운동이 플로리다 주로 번지는 등 시민권 운동에 불이 붙었습니다. 이전까지는 소수에 의한 산발적인 운동형태 시민권 운동이 이제 본격적인 사회 운동으로 발전한 것입니다.

노예제도는 거의 100년 전인 1865년에 끝났지만 흑인에 대한 차별은 계속돼 왔었던 것입니다. 흑인은 백인이 다니는 학교나 교회를 다닐 수 없었고, 백인이 운영하는 식당이나 찻집, 호텔에도 들어갈 수 없었습니다. 심지어 흑인이 백인에게 손을 흔들며 일상적으로 인사하는 것조차 범죄로 여겨졌죠.

1955년 미시시피에서는 14세 흑인 소년이 백인 소녀에게 “Bye Babe”라고 인사했다는 이유로 백인 남자 둘에게 끌려가 살해되었지만, 범인들은 풀려났습니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포로로 붙잡힌 독일군은 백인 막사에서 식사를 할 수 있었지만, 같은 미군 병사였던 흑인들은 백인 막사에서 식사는 물론 출입까지 금지됐습니다. 적군보다 못한 대우를 받았던 것이죠.

쇠사슬에 묶이지만 않았을 뿐 차별의 굴레는 100년이 지나도 여전했던 것입니다. 아니, 어떤 면에서 차별은 더욱 치밀하고 교활해졌던 것이죠. 제도가 바뀌고 법이 바뀐다고 사람들의 의식이 쉽게 바뀌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훗날 우리 후손들이 볼 때 우스꽝스러운 법률을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지는 않은지 반성해 봐야겠습니다.





백재현 뉴미디어본부장 itbri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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