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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민 인권헌장' 시민공청회 시작도 못하고 파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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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서울시민 인권헌장 시민공청회가 반(反) 동성애 시민들의 반발로 끝내 파행됐다.

당초 인권헌장 제정 과정을 총괄하고 있는 '서울시민 인권헌장 제정 시민위원회(시민위원회)' 측은 20일 오후 2시 서울시청 별관 후생동 4층 강당에서 내달 인권헌장 선포를 앞두고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한 시민공청회를 개최할 예정이었다.
서울시 인권헌장은 안전, 복지, 주거, 교육, 환경, 문화, 대중교통 등 시민생활과 밀접한 분야에서 시민이 누려야 할 인권적 가치와 규범을 담는 헌장이다. 최근 이 헌장에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는 조항 삽입 여부를 두고 기독교계 등이 크게 반발해 온 바 있다.

그러나 이날 오후 1시30분께부터 동성애를 반대하는 시민들이 "시민헌장 폐기하라", "좌파, 빨갱이는 물러가라", "사회자를 바꾸라", "에이즈(AIDS) 아웃" 등의 구호를 외치며 항의하기 시작하면서 파행이 예고됐다. 이들은 "편향적인 시민위원회가 시민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조항을 삽입하려고 한다"며 사회자 등의 교체를 요구했다.

이날 반대에 나선 한 시민은 "오늘 공청회 사회를 맡은 박래군 위원장은 국가보안법 폐지를 외친 사람이기도 하고, 세월호 농성의 주동자다"라며 "동성애 문제에 대해서도 찬성 입장으로 알고 있는데 전혀 공정한 인사가 아니다"라며 반발했다. 이어 "이들은 그간 권역토론회 등 5차례 토론회에서도 편향적으로 회의를 진행하는 등 문제가 적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먼저 공청회장에 나온 이남신 인권위원(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이 "일단 공청회를 열어야 논의를 해 볼 수 있지 않겠나"라며 설득했지만, 반대 시민들은 인권위원들의 편향성을 거듭 지적하며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다.

당초 예정된 시각보다 10분가량 늦어진 2시10분께 박래군 인권위원(인권재단 사람 이사장)을 비롯한 시민위원회 위원들이 공청회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박 위원 그러나 일부 반대 성향 시민들이 단상 앞까지 나와 박 위원장의 사회에 항의하며 몸싸움이 일기도 했다.

단상 앞에서 '시민헌장 폐기' 피켓을 들고 있던 한 여성은 "인권헌장은 다섯 살 아이에게도 남녀성관계와 같이 남성간 항문성교에 대해 가르치는 내용이 있다고 들었다"며 "그 뿐만 아니라 김일성주의, 종북주의 등 사상의 자유를 보장하는 등 헌법정신에도 위배 된다"고 말했다.

이렇듯 몸싸움과 고성이 난무하는 가운데, 서울시 관계자는 오후 2시35분께 공청회 중단을 선언했다. 공청회가 파행으로 끝나자 반대 시민들은 '박원순 퇴진', '박원순은 물러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날 반대에 나선 한 중년 남성은 "이렇게 작은 공간에서 이야기를 할 것이 아니라, 직접 박원순 시장을 찾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인권헌장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공청회장을 찾은 인권활동가들은 착잡한 심경을 숨기지 못했다. 청소년 인권운동가 상우(가명)씨는 "고등학교 2학년 과학교과서만 봐도 (반대 측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참 황당하다"며 "학생인권조례 때도 이렇게 반발이 심했다고 들었지만, 이번에도 이 정도 일 줄은 몰랐다"고 허탈해 했다.

한편 오늘 공청회 파행으로 다음 달께로 예정됐던 인권헌장 선포 계획은 불투명해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일단 오늘 공청회는 여기서 마무리 하는 것으로 하겠다"며 "향후 계획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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