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두 정상의 처한 상황부터 시주석이 공세적 입장이다. 오는 15일 집권 2주년을 맞는 시 주석은 최근 당과 군사, 국가 각 권력기관을 완전 장악한 상태다. ‘시 황제’라는 말이 나올정도다. 이같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시 주석은 지난 9일 APEC 최고경영자(CEO) 회의에서 “이 시대에는 새로운 큰 틀과 새로운 꿈이 필요하다”며 “'아시아·태평양의 꿈'(亞太夢想) 실현을 위해 지역국가들이 함께 노력해나가자”고 강조했다. 지난해 ‘중국의 꿈(中國夢)’을 강조했던 그가 이번엔 미국을 제치고 아·태 지역의 주도권을 쥐고 나가겠다는 도전장을 던진 셈이다.
경제면에선 중국의 파상공세가 더욱 거세다.시주석은 최근 중앙아시아, 동남아시아 등과의 경제통합을 위한 ‘실크로드 기금’ 을 조성하기 위해 400억달러(43조4800억원)을 출연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중국이 주도해 설립하는 아시아인프라개발은행(AIIB)에도 500억달러를 내놓기로 했다. 반면 오바마 행정부는 이에 맞서 일본, 호주, 캐나다등을 참여시킨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로 맞불을 놓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에선 아시아에서의 군사적, 지정학적 균형에 대한 신경전도 팽팽할 수 밖에 없다. 시 주석은 지난해 이미 중국의 ‘해양·군사 강국의 꿈’을 핵심 국정 어젠더로 강조해왔다. 항공모함 진수를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일본과 ‘
센카쿠(尖閣)열도’ 분쟁에 적극 대응하는 것도 이와같은 연장선상이다. 최근엔 4000억달러 규모의 천연가스 공급 체결 등 러시아의 밀월관계도 깊어지고 있다. 미국 견제라는 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오바마 행정부는 일본 재무장을 적극 환영하는 한편 베트남, 인도, 호주 등을 잇는 대중국 군사 포위망 구축에 정성을 쏟고 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 체계) 설치문제도 이와 무관치 않아보인다.
뉴욕=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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