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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낱말의 습격] 미스터 저울(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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옳은 삶이란 무엇인가. 세상이 권장하는 옳은 삶과 내가 생각하는 옳은 삶은 같은 것인가. 옳은 삶이 좋은 삶이 되지 못하는 까닭은 무엇인가. 마음이 시키는 일과 몸이 시키는 일, 이성이 시키는 일과 충동이 시키는 일이 반드시 같지는 않다. 조선시절 호란 때 임금 인조에게 "일이 이쯤 됐으면 왕도 죽어야 합니다"라고 발언해 주위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던, 사내가 있었다. 이어 효종 때는 북벌론을 외치는 강경론자가 된다.

광해군을 몰아낸 인조반정의 날 아침에, 그는 사지가 찢겨 죽을 뻔 했다. 역모의 주도세력이었던 그는, 같은 광평대군의 후손이었던 종형제에게 '오늘 쿠데타가 있을 것이니 함께 하자'고 권했다. 그런데 이 친구가 광해군에게로 달려가 이 사실을 알려버린다. 그때 여인들과 궁궐 연못을 거닐며 놀던 왕은, "그까짓 놈들이 뭘 해봤자, 날 어쩌겠는가"하면서 역적모의 제보를 무시해버린다. 그랬기에 오후에 쿠데타 세력이 궁궐을 덮쳤고, 반정은 성공했다. 능지처참 9족 궤멸의 일보직전에서, 왕의 방심 때문에 살아난 사내. 그러나 반정이 일어난 뒤 그는 공신으로 받는 벼슬을 걷어차고 시골로 가버렸다. 그런 세속적 이득 때문에 위험을 감수한 것이 아니라, 옳은 일이라 했다는 자부심의 표현이었을 것이다.
그는 호를 오재(迂齋)라고 썼다. 오재는 우재라고도 읽는다. 오활하다 라는 말이 있는데, 이것은 같은 일을 하면서도 원칙을 지키기 위해 굳이 먼 곳을 돌아가는 불편을 감수하는 성격을 말한다. 옳은 것을 위해서 좋은 것을 굳이 마다하는 태도이다. 오재라는 호는 왕이 내려주었다고 한다. 그의 별명은 의형(義衡)이었다. '바른 저울'이다. 세상의 문제를 따지는데 자신의 욕망이나 이익에 치우치지 않는다는 것.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그래도 그 난세에 이 사내는 허균처럼 처참하게 죽지 않고, 삶을 잘 살았다. 이후원(李厚源). 문득 이 사내가 내게로 왔다. 이 시점에서.


'낱말의 습격' 처음부터 다시보기

이상국 편집에디터, 스토리연구소장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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