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수경 기자]배우 오정세는 영화 '레드카펫'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 두 가지를 떠올렸다고 했다. 허름한 여관 앞에 깔린 빨간 발판과 시상식에서의 화려한 레드카펫. 이는 현실과 이상의 극명한 차이를 보여주는 중의적 표현인 것 같다며 나름의 해석을 전했다.
실제로 '레드카펫'은 그러했다. 박범수 감독의 경험담을 토대로 구성된 이 영화는 이른바 '19금' 에로 영화를 찍는 감독의 애환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물론 그 안에는 동료들과 함께 겪는 좌충우돌 일상이 함께 그려져 짜릿한 웃음도 선사한다.
무엇보다 배우들의 합이 매우 좋았는데, 비중의 크고 작음과 상관없이 모두가 하나가 되어 즐거움을 선사한다. 현장의 즐거움 덕분인지 모두가 발군의 연기력으로 제 역할을 훌륭히 수행해냈다는 점도 칭찬할 만하다.
윤계상은 청룡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하는 꿈을 꾸지만 현실은 19금 영화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주인공 정우로 분해 관객들을 울리고 웃긴다. 더욱 깊고 섬세해진 감정 연기가 눈길을 끈다.
신스틸러 조달환은 19금계의 순정남 역을 맡아 제몫을 단단히 해낸다. 황찬성 역시 아이돌 답지 않은 안정적인 연기로 모두의 우려를 씻어내며 활약했다. 여주인공 고준희를 비롯해 노출 연기에 도전한 신지수, 감초연기의 대명사 이미도 또한 강한 존재감을 발산한다.
'레드카펫'은 세련되고 미끈한 영상을 자랑하지는 않지만, 다소 투박하고 거친 모습 속에서 전해지는 진정성이 빛나는 영화다. 개봉이 지연되면서 일각에서는 걱정 어린 시선도 있었지만, 오히려 그 시간이 약이 된 듯하다. 작품은 두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만큼 재미있고 개성 넘친다. 등장하는 캐릭터 모두가 귀엽고 사랑스러워 관객들에 깊은 인상을 남긴다.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는 점도 이 영화를 추천하고 싶은 이유 중 하나다.
유수경 기자 uu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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